잠이 안와 들어와봤는데 파생얘기도 나오고 해서 예전에 읽어던 알바트로스님의 투자인생얘기를 인터넷에서 긁어 왔습니다.
내용이 깁니다. 시간나실때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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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면서...
FROM 알바트로스
토요일 저녁 입니다.
이제 한해가.. 불과 사흘 조금 더 남았네요.
오늘은 정말..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잡아 먹을 만큼의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에 글로써 남겨 봅니다.
저는 대학 시절 일기를 꾸준히 썼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그때의 일기를 한번 읽어 봤더랬습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을.. 그냥 편하게 적어 보고자 합니다.
1. 1994년 가을 - 입문.
그러니까.
제가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 든것이 94년 가을 어느날 이었습니다.
당시 투자론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굉장히 흥분을 하시면서, 한국 증시의 역사적 고점이 이번 달에 돌파 될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당시 막 복학을 해서.. 용돈 마련에 힘겨워 하던 제게. 그것은 하나의 뉴스였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고점이 돌파 되면.. 아마도 한국 증시는 다시는 세자리 숫자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여러가지 지표를 가지고 설명 하셨던거 같은데. 그런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아무튼 지금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 구나.. 싶었습니다.
고교 선배님이 마침 증권회사에 계셔서 바로 전화를 했지요.
선배님도 그 의견에 동의를 하시더군요.
- 한국 증시는 1000을 돌파 할것이며. 이제 더이상 세자리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한학기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아 두었던 150 만원을 가지고 바로 구좌를 개설했습니다.
그것이, 저를 앞으로 얼마나 울게 할지...
얼마나 힘들게 할지..
제 삶에서 얼마나 큰 그림자를 지울지..
그때는 정말 몰랐더랬습니다.
돈 150 만원으로 포트 폴리오를 구성 한다는 것도 우습고 해서 몰빵을 했지요.
우량주가 좋다고 해서, 삼성전자를 13만 얼마에 샀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말 종합지수는 천을 돌파 하고, 신고점을 갱신 하더군요.
그리고 삼성전자도 얼핏 15만원대를 봤던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처럼 HTS 가 있던 시절도 아니어서..
샀다 팔았다 하는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잊어 먹고 있었습니다.
2.1995년
그렇게... 일년쯤 지났던가요?
구경하기 어려울 거라던 세자리 숫자는 왠걸.. 일년 내내 구경 하던 그 시절..
저는 다시 작년의 그 강의를 재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해 가을....
다시 지수는 지루했던 세자리를 넘기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교수님은 작년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이번에 넘으면 다시 세자리는 안온다...
"교수님 작년에도 그렇게 말씀 하셨는데요..." 이렇게 반문하고 싶었지만...
찍히면 머하나 싶어서.. 그냥 뒷자리에 앉아서, 창밖의 낙엽을 보면서 가을의 운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해 늦가을이던가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졌습니다.
연일 신문은 도배를 하다 시피 했고, 천을 살짝 넘겼던 지수는 순식간에 100 p 를 꼴아 박더군요. 17만원대에서 오르락 거리던 삼성전자는 그후 지속 하락만 했습니다.
아... 또 속았다.... 젠장...
모르면 모른다고 할일이지...
작년에 산 이후로 한번도 팔아 본적 없는 삼성전자는, 그냥 그렇게 잊고 있었습니다.
3.1996년. - 주식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
당시 학교에서, 신문 배달을 하던 선배가 졸업을 하면서, 제가 신문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달의 신속성상 오토바이가 필요 해서 그해 봄 삼성전자를 전량 매도하게 되었습니다.
150 만원 넣었던 계좌는, 몇차례 200만원 근처를 보여줬던거 같은데..
정작 다 팔고 나니, 제 손에 쥐어진 금액은 80만원이 조금 넘었던거 같습니다.
그때 장기 투자가 결코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고. 주식이란게
그리 어렵지 않겠구나..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면박을 무지 당했 었는데..
삼성전자가 100만원이 넘어야 한다는 이유를 자주 장황 하게 설명 했었거든요.
그 친구는 영문과 였던지라.. 당시에 경영학과이던 저의 설명이 그럴싸하게 느껴졌을것입니다.
100만원이 가야지.. 정상인데... 8만원대의 가격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많이 난감해 했었습니다.
머.. 어쨌거나. 오토바이도 생겼겠다...
신나게 신문 배달 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무척 바쁘게 살았습니다.
아침에 한겨레 신문하고 한국일보를 배달했었는데.. 신문이 많이 남았습니다.
제가 성실하고 인사성이 밝아서 이뻐 보인다나요? 머라나요?
암튼 그런 이유로. 제게는 필요 이상의 많은 신문을 주었습니다.
배달이 끝나고 남은 신문을 도서관과 식당 앞에다 놓아 두고, 옆에 종이컵을 놓아두었는데, 정상 월급보다 이돈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당시에 400원인가 했었는데.. 보통.. 5~60 부가 남았으니. 하루에 2만원 정도가 항상 손에 쥐어졌습니다.
나중에는 동네 꼬마들이 와서, 털어 가는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후배들 밥사주고 그래도 항상 돈이 남았으니. 졸지에 갑부가 된것입니다.
한푼 한푼 모은 돈이.. 또 제법 되어서. 다시 300 만원의 몫돈이 생겼습니다.
이걸로 멀할까... 고민 고민 하다가... 다시 학교 앞 대신증권에 갔습니다.
음. 이번에는 포트폴리오를 짜 보도록 하자.
머리를 쥐어 짜서, 나름대로 포트를 짜서 투자를 했습니다.
서서히 주식이란 놈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잘하는게 없는 편인데..
어떤 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편인지라 그해 여름부터, 학과 공부는 팽개친채, 도서관에서 주식 관련 서적을 모조리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다 읽고 난후, 시중 서점을 뒤지기 시작했고.
증권사에 근무하는 선배님들을 졸라서. 그분들의 도움으로 국내에 있는 책들은 한권도 남김없이 모두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가을, 모 증권사에서 실시한 대학생 투자 대회에서 학교의 이름을 날리며 3위에 랭크 되는 기쁨도 맛봤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가 투자했던 종목들은 이미 또 한차례 박살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 저는 그동안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이십여권과 선배가 미국에서 보내준 원서 몇권을 들고, 조용한 산사로 발을 옮겼습니다.
부모님께는 회계사 준비 한다고 말씀 드리는 불효를 범하면서요.
물론. 회계사 준비도 약간은 했습니다만....
이때 제가 정리한 노트가 대학 노트로 20권이 조금 넘는 분량이니..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때 였습니다.
4. 1997년.- 첫번째 좌절.
졸업을 앞둔 시점에.. 제게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난데 없이 아버님께서 제게 6천만원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넉넉한 집안이었는데.. 제가 대학 입학 무렵,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저의 대학 시절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학창 시절의 절반은 고시원에서 그리고 절반은 옥탑방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지방학생들이라면 거의 다 하는 하숙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화장실과 욕실이 없는 달동네 옥탑방인 탓에.. 이런 것들을 주로 전철역과 학교에서 해결하는 문제 였습니다. 물은 찬물만 나오는 수도꼭지가 옥상에 덩그러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아래층에서 물을 쓰면 안나오는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아무튼 저의 이런 생활이 마음에 걸리셨던지, 어머님의 퇴직과 동시에 제게 선뜻 주신 것입니다.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아버님께서도 무척이나 그 친구를 이뻐 하셔서. 서울에 올라 오시면 당신 옷은 못사시던 분이, 그 친구 옷은 선뜻 사 주시고, 당신께서는 드실 엄두도 내지 못하시던 고급 음식을 사주시곤 하셨습니다.
전세집이라도 잡아서 서둘러 결혼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비추시면서 그 큰돈을 주셨습니다..
6천만원은 제게는 너무나 엄청난 금액 이었습니다.
전세집을 얻어서.. 결혼을 단행할 것인가? 고민을 하던차에..
마침 사귀던 여자 친구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왕지사 옥탑방 생활에서 조금 늦게 벗어난들 어떠랴 싶어서..
저는 승부를 하기로 결심 하였습니다.
매일 처럼 시장을 살피던 저에게.. 그리고 엄청난 이론으로 무장된 저에게..
시장은 이미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서서히 상승의 기운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 저는, 그해 봄... 6천만원을 과감하게 계좌에 입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떨리는 기분으로 밤잠을 설래며..
과거에 정리한 노트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손절매. 손절매... 무수히 되뇌었습니다. 이것만 잘하면 된다..
제자신에게 다짐. 또 다짐을 한후..
분할매수. 분할매도. 손절매. 이 세단어를 그날 각종 글자체로 출력을 해서..
가장 맘에 드는 걸로 책상위에 부쳤습니다.
이날의 결정이... 제게 얼마나 많은 밤들을 눈물로 지새우게 할지...
후일.. 저의 삶을 어디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할지...
그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은행주와 증권주. 그리고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우량주 100종목을 선정해서.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각종 자료를 분석해서. 분할매수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철저한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증권사 투자 대회에서 실력도 인정 받았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당시 한국의 피터린치/ 고레가와 긴조를 꿈꾸었습니다.
그때가 97년 4월경 680 p 근처에서 저의 매수는 시작되었고 불과 한달 보름만에 지수는 790p 에 도달했습니다.
종합지수의 상승률이 15% 정도에 불과한 반면 저의 매수 종목들은 훨씬 더 큰 상승폭을 보여서.. 6천만원이 불과 한달 보름만에 1억을 넘겼습니다.
그 때의 기분은 여러분도 모두 아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같이 객장에 나갔고.... 어느덧 저는 지점장이 상담을 청하는 젊은 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신촌에서 주식 하는 분들중 대부분이 저를 알게 되었고. 수시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에 응하는 것도.. 저를 우쭐하게 하였습니다.
대신증권 신촌 지점에 나가면.. 앉아 계시던 아저씨, 아주머님들이 제 주변으로 몰려 오셨고.. 저는 그분들에게 그동안 읽고 암기했던 많은 내용들을 마치 저의 생각인양, 이야기 해 드리면서.. 고수라 불리우는 기분을 만끽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만... 당시에는 하루 하루가 무척 즐거웠습니다.
1억 2천을 넘기면서.. 드디어 다블 수익을 거두던 날..
저는 제 후배와 친구들을 불러서 근사하게 술을 마셨습니다.
당시에 취업을 위해서 이리뛰고 저리뛰던 친구들은 그저 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저는 그들을 위로 하였으니..
후일 제게 닥칠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이만저만한 코미디가 아닐수 없습니다..
증권사의 스카웃 제안도, 직원은 주식 투자를 할수 없다는 말에.. 단칼에 거절하고.
저는 이름만 멋진 프리랜서 투자자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삼년안에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한다는 거창한 꿈과 함께....
그런 와중에 서서히 지수는 힘을 잃으면서 750p 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론에 무장된 저는 서서히 분할 매도에 힘을 쏟았고..
꼭지에서 팔지 못한 아쉬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으나.. 그래도.. 이론은 빠삭해서.
이것이 정석이다라며 저를 위로 했습니다. 대강 모두 현금화 하고 보니 일억이 조금 못되었습니다.
그러나.. 첫 베팅에 이정도는 대단하다고 스스로를 위로 했고..
다시 기회를 노렸습니다.
기다리던 찬스는 다시 왔습니다.
그렇게 깨지지 않을거 같던 700 p 가 그해 늦여름 붕괴 되었습니다.
다시 제가 처음 매수 해 들어갔던 680 p 가 온것입니다.
680에 매수 해서 790까지 봤었기에. 당연히 이 지수대는 제게는 바닥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아.. 이것이 책에서 봤던 쌍바닥이구나...
엘리어트 파동이 어쩌구 하면서.. 저는 다시 베팅에 들어갔습니다.
머리속에 680 이 저점으로 인식되어 있던 제게 지속 하락하는 장은. 그야말로 신나게 매수 하라는 것으로 느껴졌으며.. 저는 연일 매수 주문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일억을 모두 쏠 생각은 아니었으나..
9월말, 620까지 오는데.. 돈을 남겨둘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지금 파는 사람은 어떤 바보일까? 라는 문구가 지금도 일기장에 선연히 적혀 있으니...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그해... 10월...
저는 우리나라 증시 역사상 가장 큰 대형 음봉을 그대로 맞았습니다.
그해 10월 첫날- 646p / 종가 -470p 한달만에 무려 176p 가 하락 한것입니다.
사실 하락이라는 표현은 무색하고. 그냥. 매일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이것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최다 하락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바로.. IMF 의 서막이 시작 되었던 것입니다.
그토록 숱하게 적어 두었던 한 단어 손절....
그러나..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10 p 씩 빠져 있는데.. 도저히 팔자 주문을 넣을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의 신문들에서는 연일. 국내 내노라 하는 대학교수님들의 - 한국 경제 탄탄하다 - 이런 류의 평론들만 즐비 했으며. 이분들 중에는 당시 증권학회장직을 담당하시고 계셨던 제 지도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이분이 그당시 중앙일보 경제 사설을 담당하시고 계셨는데. 지금의 하락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아주 대문짝만한 사설을 적으셨습니다. 이미 교수님들의 예측력은 겪어 봐서 알지만. 그래도.. 전문가 아닌가?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수님께 직접 찾아 가서 견해를 들어 보았습니다. 논리 정연한 설명.. 무수히 보여 주시는 고급 지표들.. 당시 지수는 500 p 초반대로 일기에 적혀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 손절 기회를 또 그렇게 보내 버리고...
이제는 손을 놓고 있을수 밖에 없었으나...
지수는 거기에서도 150 p 가 더 빠지게 됩니다.
그해 겨울 400 p 가 붕괴되면서.. 연일 뉴스에는 대통령 선거 이야기와 더불어 한국의 증시가 문을 닫을수도 있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터무니 없는 이야기이나.
그 당시에는 증권사 직원들도 믿는 이야기가 횡행하던 때였습니다.
증시가 문을 닫는다?
얼핏 생각하면 정말 믿을수 없고.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돈을 예치한 은행이 망한다는게 상상이 가시나요? 여러분이 거래하는 증권사가 문을 닫아서 돈을 찾을수 없는 상황이 역시 상상이 가시나요?
아마도.. 그런 상상을 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기억 하시겠지만. 정말 그때는 그런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았고. 증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이러니... 증시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도.. 그때는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나갈것이며..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도 휴지가 된다는 악성루머가 설득력있게 돌았습니다.
객장에는 사람 한명 찾을수 없었고...
가끔 낮술을 하고 오는 한두분이 전광판에 집기를 던지는 모습을 볼수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도저히 계좌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으나... 잔고를 확인하니... 그나마 삼성전자만 반토막이고 나머지는 모두 1/3 토막. 그리고 한 종목이 부도 처리...
잔고는 2천 만원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거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팔지 못했던 종목들이. 막상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미치자... 앞뒤 가릴 여유마저도 없었습니다.
마지노선이라던 400 p 가 붕괴 되던날. 저는 당일 종가로 모든 물량을 정리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객장을 지켰던 사람이 되면서.. 저는 쓸쓸히 층계를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2천이 채 되지 않는 계좌를 확인후... 그날 밤.. 정말 많이 울었드랬습니다.
어머님의 평생 노력을 이렇게 거품으로 만든 제가 용서가 안되었기에 울었고.
저의 어리석은 대처가.. 너무 한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그 많은 책들. 노트들....
아마 철들고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던 날이었던거 같습니다.
5. 97년 겨울에서 98년 봄
그리고 얼마후...
어학연수를 떠난 여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고를 받고, 심하게 아파야 했습니다. 젊은날의 상처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던 날들 이었습니다. 거듭된 술과 담배로..식사를 할수 없을만큼 위가 망가져서, 이후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양가 집안에서 다 알고. 이미 결혼이 약속된 사이 였던지라..
상처는 너무도 컸고, 가장 답답한 것은 그 사람이 외국에 있는 까닭에. 붙잡고 이야기 조차 할수 없는 현실 이었습니다.
캠퍼스 커플 이었던 탓에... 주변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이여서..
더더욱 견디기 힘이 들었습니다.
스물 일곱의 어린 나이였으니.. 돈의 손실과. 실연의 아픔은.. 저를 막판까지 몰고 갔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낭만적인 생각을 했던 저로서는, 가장 힘들때 떠나야 하는 사랑을, 머리로는 이해 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멍하고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취업은 어려울거 같았고.. 이 난국을 돌파 할수 있는것은 회계사 시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군용 다블백에 회계사 책들을 쌓아 가지고,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울대 도서관은 24시간 오픈을 합니다.
후배에게 빌린 학생증으로. 3개월간의 낭인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루 세끼를 학교에서 사 먹었고.. 잠은 도서관에서 잤습니다. 일체의 언론매체와 단절한채.. 오직 순수하게 책만 봤습니다.
씻는것은 도서관 화장실을 이용했고.. 모든 고통을 뒤로 한채.. 공부에만 몰두 하였습니다.
책에서 떠나는 순간. 고통이 다시 저를 지배 했기에.. 정말 모든것을 불태울수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 2개월간의 도서관 생활동안 몸무게가 8kg 이나 빠졌으니.. 악으로 버텼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서 다시 신촌의 옥탑방으로 오던날.. 그날. 택시 안에서.. 저는 저녁 뉴스를 듣게 되었고... 당시의 주가 지수에 저는... 경악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제가 서울대에 자리를 잡을 당시의 지수는 350 p 근처였고..
저는 그나마 2천은 건졌다고.. 쓸쓸히 위로 하던 때 였으며.. 200 p 가는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으며... 사실. 그정도 가 있기를 내심 바랬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너무나 잔인해서 지수는 이미 550 p 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글들.. 그리고 노트에 적었던 글들이... 다시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바닥 투매를 하였구나.. 남들이 떠날때 들어와야 하며..
남들이 들어올때 떠나야 하는 평범한 진리를 잊었구나...
그러나.. 눈을 질끈 감고.. 시험날까지.. 주식을 잊고자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시험일이 지나가고...
한동안 여행을 다녀오고. 건강을 회복 하고. 서서히 떠나간 사랑에 대한 상처가 지워지기를 바라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회계사 2차 시험 책을 사러 간 서점에서... 저는 자꾸 증권 서적 코너에서 기웃거렸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책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주식 하는건 전혀 모르셨기에. 당시에도 전세집을 잡으라고 재촉하시던 때여서.. 저로서는 어떻게든 원금은 찾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가득했기에..
저는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5월 어느날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걸 그대로 옮겨 보면...
현재 금액-2080만원
7월말까지 4000만원, 수익률-100%
10월말까지 8000만원, 수익률-100%
12월말까지 1억 2천만원, 수익률-50%
.....
6. 98년 여름
한번만..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해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새로운 정권이 들어 서면서, 국내 경제는 얼핏 회복 하는듯 해 보였습니다.
잃었던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반드시..
당시 용돈이라도 벌어야 했기에.. 저는 학교 부근 독서실에서 총무 생활을 했었는데.
그날 밤... 독서실 옥상에서 꼬박 밤을 새우면서.. 다짐 했습니다.
마지막... 이번이 마지막 이다...
다음날 부터 다시 두터운 노트를 한권 들고 매일 객장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수는 다시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 거대 야당의 외면으로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은 그 성과가 서둘러 나타나지 않으면서 서서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절호의 찬스가 다시 오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미 결정적인 패배를 범했던 저로서는, 다이어리에 적힌 수익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몇종목을 사고 팔면서.. 조금씩 계좌를 늘려 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하늘 처럼 지키던 원칙은 5일선과 손절.. 이 두개였는데. 5일선이 깨지면. 무조건 팔았으며.. 5% 손실 발생시, 50% 물량 정리. 10% 손실 발생시 전량 정리.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지켜갔습니다.
그러나 장세는 살얼음판 같아서... 서서히 객장에서 싸움이 잦아 지고.
다들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여직원들의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고.. 남자 직원들의 말수가 부쩍 줄어 들면서.
객장에 사람이 텅 비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객장에 나갔습니다.
당시에는 PC 가 한대밖에 없어서.. 사람이 많을때는 정말 불편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너무 편했습니다.
저 혼자 하루 종일 독차지 할수 있었으니까요.
당시에 추세선에 깊이 빠져 있어서. 매일같이 추세선을 그어 보곤 하면서.
조금 더. 조금만. 더...
6월의 어느날.. 드디어 300 P 가 무너졌습니다.
객장에 있던 어느 아저씨의 울음을 시작으로, 여직원 마저 울음을 터뜨리던 그날... 저는 그분들의 울음에서 작년의 제 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에 무엇인가 뜨겁게 올라오는 그 무엇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하락장에서 이미 전액 현금화를 한채. 매일 관망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아... 이것 이구나...
그동안 책에서만 읽어 왔던 이야기... 관망의 위력..
하락장의 무서움.. 여유... 이런 단어들을 제가 실천했다는 생각에. 한국증시가 나락으로 빠지던 그날. 저는 오히려 재기에 자신감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300 P 가 깨진날..
저는 여러가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 분할 매수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안정권으로 올라온 후에 들어갈 것인가?
자금을 보니.. 2420 만원으로 약간 불은 상황이었습니다.
당시에 외국인들 동향을 보니. 외국인들이 매수를 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자금을 반으로 나눠서 반은 V 자형 왼편이지만.. 위험을 감수하자. 그리고 나머지 반은 20일선을 회복하면서 추세선을 상방으로 깨는날 모두 들어가자..
이렇게 전략을 세웠습니다.
300 P 아래에서.. 치밀하게 매수에 들어갔고..
다행히 280 P 를 잠깐 보여준후 지수는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반절의 자금은 작게 나마 수익이 난 상황이어서...나머지 반의 자금의 투입 시기를 뚫어지게 노려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낮의 어느날 드디어 추세선을 상향 돌파 하면서 거래량의 상승을 확인한 저는 나머지 자금을 모두 들어가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떨리는 마음에 비하면. 그리 큰 실적은 아니었으나.
평정심을 어느 정도 찾은 저는 3000만원이 넘는걸 확인후. 모두 매도를 단행하였습니다.
비록.. 계획했던 대로 100% 는 아니지만. 50% 의 수익률을 올린것에 대 만족이었습니다.
7. 98년 가을, 겨울 - 두번의 승부.
그리고 그후 두달동안 300을 축으로 지수는 다시 지루한 횡보세가 펼쳐 졌습니다.
객장에는 매일 나갔으나.. 그리 뾰족하게 장이 보이질 않던 그때, 파생상품에 관련된 책들을 한권씩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장이 자신이 없었던 지라. 금액을 대폭 줄여서 500만원의 금액으로 샀다 팔았다를 되풀이 하면서 큰 수익도 큰 손실도 없는 날들이 이어져 갔습니다.
시장은 아주 커다란 분기점에 위치해 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동평균선이 모여가고 있었으며 단기 이평들이 하나씩 둘씩 120일선의 돌파를 앞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120일 선이 돌파 된다면. 베팅을 하기로 이미 결심은 한 상황이나..
마음이 많이 떨리던 그해 가을 어느날...
경주 문화 엑스포에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첫날은 1만원을 내고, 정말 후진 여인숙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은 보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주 힐튼 호텔 스위트 룸에 엄청 비싼돈을 내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 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호수의 풍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불국사에 들러서...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 한후..
저는 서울로 오는 관광 버스 안에서 전화를 걸어서 베팅을 감행 했습니다.
그날이.. 98년 10월 9일이었으며. 지수는 310 P 근처였습니다.
일차 고지는 240선이 위치한 400p.. 단순 계산으로도 90p 의 수익이 기대 되었으며 이것은 수익률로 따지면 30% 에 해당합니다.
또한 제가 준비한 종목은 시장보다 베타 계수가 높은 종목들이었으므로. 수익률은 이것보다 훨씬 높을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끄적인 다이어리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제.. 운명에 맡기자..
결과는 대 성공 이었습니다.
하늘이 도왔던지.. 지수는 거짓말처럼 불과 2주만에 정확하게 240일선까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단번에 돌파 되기란 어렵다고 판단.. 모두 매도를 단행하였습니다.
계좌의 평가액을 본 그날. 저는 다시 가슴이 뜨거워 옴을 느꼈습니다.
4200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금액. 모처럼 그날 밤은 편하게 잠을 잤던거 같습니다.
다음날 객장에 나가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디딜틈이 없었습니다.
여직원들 표정에 활기가 띠고.. 차트를 가만히 보니 20일선의 각도가. 기타 모든 지표들이 제가 여러가지 책에서 보아 왔던 그 모습 이었습니다.
20일선의 각도의 모습이 흡사 97년도 제가 장을 떠난후에 폭등했던 그 모습과 유사해 보였습니다.
일단 다시 전략을 짰습니다. 반절은 20일선에서 매수 하고, 나머지 반절은 240일선을 돌파 하는걸 확인한후 모두 투입하자...
계획대로 베팅에 들어갔고, 그후 지수는 240일선이던 400p를 훌쩍 돌파하더니. 640p까지 지속 상승을 하였습니다. 그야 말로 이론대로 움직였던 장이어서. 이격이 과다하면 20일선까지 조정을 보인후 다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그동안 공부했던 이론들이 위력을 보여 주던 신나던 날들이었습니다.
결국... 반절의 물량은 손대지 않은채. 나머지 반절의 물량만 이격과다한 자리에서는 매도를 쳐주고 다시 20일선에서 재 매수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 시켜 나갈수 있었습니다. 98년 크리스마스 며칠전 드디어, 대망의 원금 6천만원이 계좌에 찍히던 날... 대학로 어느 술집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기에...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99년 1월 중순경 600p가 붕괴 되면서 오랜시간 지켜 왔던 20일선을 이탈하던날.
계좌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결과는 대 만족 이어서.. 저의 계좌는 9천만원에서 조금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살면서 사람은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지나 놓고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웠던 선택이 있겠지요..
당시.. 저는 취업과.. 주식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다시 시작할때는 정말 원금만 찾게 된다면.. 떠나리라고 각오에 또 각오를 했습니다. 젊은 녀석이 객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것도 보기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때마침... 지겨운 독서실 생활 청산을 고려 중이던 저로서는 전세로 집에 들어가면.
주식 할 돈도 별로 없던 지라.. 취업을 고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결정난다고 하던가요?
지점장을 비롯해서 지점 직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다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제게 어느날 전혀 예기치 못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계좌를 운영해 달라는 부탁 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내가 몇억을 운영하면. 이렇게. 저렇게.. 잘하겠는데.. 하는 생각은 하던 때였습니다.
금액은 3억원 이었는데. 10억에서 7억을 날리고, 마지막 남은 돈이라고 하였습니다.
처음 조건은... 원금의 10% 손실 발생하면 운영을 더이상 하지 않으며. 이 손실금에 대한 책임은 없다. 그리고 이익이 나면 이익금의 30% 를 준다는 조건 이었습니다.
10% 이상의 손실금은 제가 책임을 지는 구조 였습니다.
취직이 결정되기 전까지만 하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리고 89년 서울에 올라온 이후로, 처음으로 세면대가 있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집으로 거취를 옮겼습니다. 그것이 99년 1월이었습니다.
HTS 를 이용한 매매가 이때부터 일반인들에게 서서히 알려지던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그때도 저는 객장에 나가는걸 좋아 했습니다.
8. 99년 겨울..
3억 짜리 계좌는 저를 또 긴장시키면서 먼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제돈은 전세집을 잡고 남은돈 3천만원이었으니 총 3억 3천으로 매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가끔 미수도 치면서 단타도 하고... 이러면서 조금씩 계좌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99년 1월과 2월은 지수의 단기 반등만이 나오는 구간 이었습니다.
1월 어느날.... 객장에서 대강 안면만 알고 있던 어느분께서.. 제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하셨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그날 저녁은.. 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첫발걸음이 되고 말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저를 참 좋게 보아 왔고.. 도와 주고 싶다는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저도 저의 지난날을 이야기 하면서 첫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게 전화가 와서.. 어떤 종목을 사라고 했습니다.
이미 산전 수전 다 겪었다고 자신하던 제가 남의 말만 듣고 덮석 살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고맙다고 인사 하고 쳐다만 봤습니다.
장 마치고 몇주나 샀냐고 연락이 와서.. 안샀다고 하기도 좀 미안하고. 해서 몇주 샀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내일 아침 시가가 마지막 살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으니 서둘러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별 생각없이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날은 몸도 아프고 해서 객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던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종목의 결과가 생각나서 조회를 해 보니 상한가 였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망치로 맞는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목은 정말로 다음날 부터 3일 연속 상한가를 갔습니다.
작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제게 그것은 일대 사건 이었습니다. 사실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하는 저로서는 상한가는 그리 없는 일이었고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기회를 발로 찬 것이었습니다. 당일까지 치면 4일 연속이니...
불과 4일만에. 엄청난 수익이 날아가 버린 것이지요..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어서... 오히려 제가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피한 고백 이지만, 형님. 형님.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주 식사도 하고 자주 어울렸습니다.
그분은 투자 경력이 15년이 넘었다고 하고. 정말 과거 건설주, 증권주 폭등 시절을 이야기 해 주면서.. 그분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또 차트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여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세력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 하면서, 왠지 우량주는 너무나 시시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게 계좌를 맡겼던 분이.. 친구분 계좌도 운영을 해 달라고 했고. 저는 또 별 생각없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분은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분이어서.. 이 계좌가 제가 처음 맡아본 법인 계좌 였습니다.
이 계좌의 금액은 2억 이었습니다.
졸지에 5억이 넘는 계좌를 운영하게 되었으니.. 좀더 세밀하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도 완연한 조정장 이어서 주로 개별 세력주들만 시세를 부치던 시절이어서
상한가 4방 짜리만 걸려라.. 이런 심정으로 매일 세력주에만 관심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9. 99년 2월의 어느날.
운명의 그날...
2월 어느날 이었습니다.
숨찬 전화가 제게 왔습니다. 종목명을 알려 주면서... 무조건 몰빵 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전의 사건 이후에도 몇 종목을 알려 주었었고. 그 종목들은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관리 종목이거나 소형주 였습니다.
대부분 큰 금액을 들어 가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많아야 3천만원 정도 들어가서
10%정도를 단기간에 가볍게 수익을 내곤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무엇에 홀린 사람 마냥...
저는 호가창을 보았고.. 상한가에서 3호가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확인후.
시장가로 가능 현금액을 모조리 다 넣었습니다.
잠시후 상한가로 진입한 것을 확인후.. 저는 가슴이 쿵쿵 거리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침 계좌에 다른 종목들이 좀 많이 있어서.. 현금이 넉넉치 못했던 것이 한스럽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전화가 울렸습니다. 내일부터 날라갈 터이니. 물량은 나오는 족족 잡으라는 것이었고..
저는 정말로 기본적인 일봉도 확인하지 못한채,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SK 텔레콤. 국민은행들을 모조리 팔기 시작한후... 그 금액으로 무조건 매수에 들어갔습니다. 어느덧 미수 금액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나.. 전혀 게의치 않고.. 풀로 질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득할 따름입니다...
그날. 그 종목은 불과 장 마감 10분전에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진입했습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 느낌.. 그 기억...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결과는 여러분도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한가에 쳐 박힌 호가창을 보면서.. 아득함을 느낄 뿐 이었습니다.
이미.. 전화 연락도 끊긴 상태....
모든것을 분명하게 깨닫는데, 그리 먼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0. 99년 2월 이후...
겨울의 조정을 마무리 하면서 다시 종합지수가 20일선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던 그 즈음...
저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수 없는 고통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전의 실패에는 술로 지새우기도 하고, 울어도 봤는데...
남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울어도 봤는데..
그런것은 그나마 견딜힘이 있을때의 사치스런 이야기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습니다.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억울하지도 않은...
감정 자체가 제 몸에서 빠져 나가는 시기 였습니다.
그전의 실패가, 제 돈을 날린 것에 불과 했다면..
그 하루의 사건으로, 저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3억원 가량의 부채를 껴안게 되었습니다.
전세금을 일단 월세로 전환 하였고,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 했지만...
그러나.. 어디서 그 큰 돈을 만들수 있겠습니까?
제 계좌는 이미 모두 털어서 넘겨준 상황... 전세금도 넘겨주고.
저는 정확하게 2억 2천만원의 부채만 남긴채, 10원 한푼 없는 무일푼이 되었습니다.
어머님께서 평생 교단에서, 고생하시면서 받으신 퇴직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었고,
제가 취업 했을때.. 최소한의 생활만 한다고 해도 20년을 모아도 불가능한 금액이었습니다.
정말 아무 감정도 없었습니다.
물만 마셔도 토하는 상태가 될 정도로 위가 상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넘기면서 사는 날들이 지속 되었습니다.
월세금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이사한지 불과 두달만에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다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마침 대학 후배들에게 집을 내주고.
저는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후배들이 월세금을 내게 됨으로써.
월세의 부담에서라도 벗어나게 되었고...
이 시절은 불과 한달정도 되는 기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마치 일년정도 되는듯, 제 기억에서는 길게 느껴집니다.
이때부터 89년부터 이어온 저의 다이어리는 막을 내립니다.
앞의 글이 기록에 상당 부분 의존한 것이라면.
지금부터 쓰게 되는 글은 기억에 의존한 것입니다.
음. 지금까지 너무 심각했나요?
그럼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어쩌면 서글픈 그 당시의 초상화이기도 하지만요.. ^^
당시 비싼 월세금은 후배들이 처리 하기로 하고, 저는 대강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근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자존심 하나는 무척 강한 편이어서..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를 잘 안하는 편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파고다 공원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봤고..
하루 하루를 후배들, 친구들 집을 전전 근긍 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선배형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형은 좀 특이한 스타일인데.. 갑자기 제 소식을 들었다고..
저보고 자기 일을 좀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먹고 자는것은 자기 사무실을 쓰라고 하니, 제게는 아무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일당은 하루 5~8 만원을 받았으니, 그 돈으로 어떻게 할수 있는건 아니었으나.
일단.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이게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신문을 도배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오현경 비디오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쉽게 여겨지지 않던 시절인지라..
많은 남성분들은 이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던 때였죠..
이 선배는 그 비디오 테잎을 대량 양산 해서, 직접 판매를 하는것 이었는데. 그 배달을 저보구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경찰일지 모르니. 그 위험을 저보고 감수 하라는 것이었고.
그 조건으로 일당은 좀 쎈 편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한대가 제 전재산이던 시절. 그나마 중고 라서.. 팔아봐야 돈도 안돼지만..
아무튼 그거 타고, 쌩쌩 잘도 돌아다녔습니다.
주로 전철역 근처에서 매매는 이뤄졌고... 암튼 정말 웃겼더랬습니다.
이거 맞느냐? 확인 하고 돈주겠다.
왜 이렇게 싸냐? 가짜 아니냐? ( 당시 제 기억에 5만원에서 10만원이었던걸로 기억.. 그당시 청계천에서는 4십만원에 판매되었다고 함)
깍아 달라는 분.. 다른건 없냐고 하는 분... 암튼 벼라별 사람들이 다 있었습니다.
참고로, 당시 제 느낌에 그런 그분들이, 참 행복해 보였고, 부러워 보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인간으로서의 아무런 감정 조차 전혀 없던 때 였거든요.
그리고 혹여 오해 하실까 봐서 첨부 한다면. 그분들은 전혀 이상한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정말 평범하신분들... 아무튼 그랬습니다.
물론 간혹 60대 복덕방 할아버지는 좀 놀랍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그 일도,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선배가 홍보를 하는 방법이. 700 무료 전화 서비스를 이용한거 였는데..
왜 그런게 유행하던 때였습니다. 일종의 폰팅 비슷한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그런걸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거에 놀랐고..
그걸 홍보에 이용할 생각을 한 선배의 비상한 머리에도 놀랐지요.
그런데 이게 사회문제가 되면서.. 단속이 심해 지게 됐구,
자연스럽게 선배 하는일의 홍보에 극심한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서 하루에 하나 배달하기도 어려워 졌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 당시 그런 문제만 안 생겼으면. 그 선배는 재벌 되었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계좌주의 압박이 점차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답이 없다고 느끼셨는지, 협박 비슷 해 지면서. 더욱 힘겨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던 상황..
그러나.. 어떠한 묘수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당시의 장은 서서히 다시 기운을 내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날 팔아 제꼈던 삼성전자, sk 텔레콤은 이미 대장주의 풍모를 하나씩 갖춰 가고 있던 중이니.. 그분의 심정이나, 제 심정이나..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11.99 년 봄 - 선생님과의 만남.
대학때 주식에 미쳐 있을때, 주변의 몇분과 증권 동아리 비슷한걸 만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 선배 한분이 증권 회사에 취직을 했었는데 어느날 전화를 하던중... 자기 고객 중에 큰손이 있는데, 아무래도 세력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세력이라...
무턱대고 그분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더니, 그건 곤란하고 객장에 나오면 볼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날부터 그 지점에 나가서 얼쩡대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할일도 없고, 주식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할수도 없던 때 였습니다.
시장은 파죽지세로 가고자 하는데.. 그것을 멍하니 볼수 밖에 없었으니 그 타는 가슴이야 오죽 했겠습니까?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여의도에는 세력들이 상주 해 있고. 이들과 끈을 대기 위한 증권사 직원들의 노력은 대단합니다. 이들에게 무슨 종목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 아무래도 금액이 크니까. 그 계좌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지요.
며칠째 할일없이 객장에 나가서 죽치던 어느날.. 왠 노인 한분이 객장에 들어오는데 지점장이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음.. 중요 고객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배의 전화가 왔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시작 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몰린 제게 그분은 마지막 빛으로 느껴졌습니다..
비록 겉모습은 남루하셨으나.. 무언지 모를 내공이 엄청나게 압박하는 기분이었거든요.
물론 일면식도 없던 저를 제자로 받아 들이기까지는 또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아무튼 선생님을 처음 뵌날부터 삼주째 되던 어느날 드디어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 제게 주신 질문은 대략 이랬습니다.
"주식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
"배워서 돈을 번다면 어떤걸 하고 싶은가?"
"너에게 주식을 가르친다면 너는 내게 멀 해줄수 있는가? "
제 답변은 무척이나 궁색했습니다.. 아무튼 어찌 어찌 답변을 했던거 같고...
그다음에 나온 선생님과 저의 대화는 좀 재미났습니다.
"화투에서 땡과 족보를 제외한 가장 높은수는? 그리고 야구는 몇명이 하는가? "
"화투에서는 갑오가 제일 높고, 야구는 9명이 합니다. (갑오는 9를 의미합니다 )"
"그래.. 그래서 나는 9명의 제자를 키웠고, 더 이상의 제자는 내 인생에 없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 입니까? 화투나 야구의 숫자가 제자 숫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리고 당시 선생님의 분위기는 저를 받아 들일 분위기 같아서..
이건 필경, 무슨 의미가 있는 질문이다 싶어서.. 속으로 무척 애를 태웠습니다.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
제가 했던 답변은 저를 제자로 생각하지 마시고 심부름꾼으로 부려 주십시요.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는 크게 웃으시면서 .. 내일부터 사무실로 나와 봐라... 하시는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인생에서 재기의 첫발이 내디져 졌습니다.
12. 99년 4월 - 하드 트레이닝의 시작...
그러나...
먼가 대단한 기술이나, 이론을 배울 것으로 기대했던 제게.. 하루 하루의 시간들은 실망뿐 이었습니다.
사무실 청소와.. 담배 심부름... 이런것들로 보내야 하는 시간들은 정말 답답했습니다. 가끔 서류 정리와, 인터넷에서 자료 찾아서 출력 하는거 이런게 전부였지만..
무협지에서 본게 있어서. 아마도 그런거려니 싶어서.. 꾹 참았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선생님과 저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참고 참았던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강의 대화 내용을 적어 보면...
- 선생님.. 제가 재기 할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십시요.-
선생님께서 저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 네가 망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 예.. 손절을 하지 않아서 였고.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들어서 입니다 -
- 앞으로는 안 그럴 자신이 있나? -
- 예.. 앞으로 또 그런다면..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
- 그럼 됐네.. 다 아는데. 멀 배우겠다는거야 ? 소신 투자 하고, 그 소신이 틀렸을
때 손절 제대로 하면.. 다 배운건데 멀 가르쳐 달라는 거야? -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 보면서 멀리 한강을 가르는 유람선을 보았습니다....
재기 할수 있는, 돈을 빌려 주십사고 부탁 드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은 입에서 떨어 지지 않더군요.
다음날 아침에 사무실에 나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선생님의 어제 반응으로 봐서, 제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 같지도 않았고..
빚 독촉은 나날이 거세지기만 하고...
정말 아득했기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도망....
어디로 갈까? 부모님 얼굴이 떠 올라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한 저는...
그날 간단한 이불과 세면도구와 옷가지를 챙겨서 도망을 갔습니다..
사무실로...
객기 비슷한 거 였는데. 일종의... 시위였습니다.
나를 책임지라는 식의...
의외로 선생님은 그런 저를 재미 있어라 하시는듯 했고..
다른 직원분에게 말해서 사무실 한편에 침실을 만들라고 지시 하고..
제게 밤에 추울텐데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여기는 중앙 난방이어서 저녁에 난방이 안된다고..
어차피 더 이상 잃을것도 없던 제게, 그런건 아무 상관도 없었습니다.
느낌에.. 아 이제 나를 받아 주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비가 몹시도 많이 오던날 밤이었습니다.
자정무렵 선생님께서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그날밤 선생님과 새벽해가 떠오를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저는 술을 잘 못하는데.. 서슬 퍼런 선생님 앞이어서 그런지, 주시는데로 다 마셨는데도 전혀 취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세가지 전제를 깔았던걸로 기억합니다.
1.하나 - 나한테서 배우는 동안.. 돈벌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라..
2.둘 - 지금까지 공부해서 정리한 노트와 책은 하나도 남김없이 버려라..
3.셋 - 배우기 시작한 이상, 끝도 내가 정한다.
그리고.. 빚은 빚쟁이에게 믿음을 주고, 시간을 벌어라. 그것도 너의 능력 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는 내가 줄터이니, 나중에 갚아라.
이런 이야기 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의 의도를 모두 알수 있었으나..
쉽지 않은 결정 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선택의 길은 많지 않았던지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제 책상에 빽빽하게 자리 잡았던 그 많은 노트와 책은 사무실 밖에 폐휴지와 쌓여서 나가 있었습니다..
가슴이 시려 왔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날 아침...
선생님은 제게 모눈종이 전지를 한뭉텅이 주시더니..
제게 종합지수와 각종 업종별 지수를, 5년분을 하나도 빼 놓지 말고 일봉과 이동평균선을 그려 오라고 하셨습니다.
- 아.. 정말 엽기다. 엔터키 한방이면 되는것을.. 굳이 그려오게 하다니..
이 무슨 구석기 적인 방식 인가? -
그러나 첫 과제부터 못한다고 하기에는, 제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눈 종이도 모눈 종이지만, 정말 엽기적인 것은 파랑색 연필과 붉은색 연필이었는데.. 끝을 뾰족하게 깍아서 그려야 했습니다. 이유는 윗꼬리와 아래꼬리를 이쁘게 그리라는 것이었는데... 제 생각에 몸통은 형광팬으로 하면. 훨씬 빨리 할수 있겠는데, 그걸 허락하지 않고. 굳이 뾰족하게 깍은 연필가지고 몸통을 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으...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초등학생도 아니구...
정말 소중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짓을 시작했습니다..
하다 보니까.. 어차피 단순 노동인데.. 무슨 생각이라도 하면서 그려야 덜 심심했습니다.. 종합지수를 그리고. 건설업종. 금융업종. 전자업종. 기타 등등...
그려 나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 이 날은 이랬구나. 오일선 위에서는 양봉이 많고.. 아래에서는 음봉이 많구나이미 다 아는 내용 이었는데.. 정말 제 손으로 직접 그려 나가다 보니..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 했습니다. 한숨으로 시작했던 그 일은. 어느덧 제게 너무나 재미 있었고
시간 가는줄 모르게 하였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별 재주가 없는 편인데.. 집중력은 아주 강한 편이어서. 하나의 일에 매달리면 다른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 였고.. 급기야. 모눈 종이에 코피를 쏟으면서까지 그렸습니다.
이주일만에 첫과제를 마쳤는데, 후일 알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첫 과정에 모두 짐싸고 나갔으며, 버텼던 다른 9분의 선배분들도 저에 비하면 서너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다음 과제가 코스닥의 종목들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코스닥은 불을 뿜기 시작하던 때여서.. 정말 제게 돈이 없는게 너무나 한스러웠으나. 배우는 동안에 돈은 생각하지 말기로 한것이 첫번째 약속 이었던지라..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작업에만 몰두 했습니다.
물론 이 상승장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이미 무일푼인 제게, 다른 답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기회는 무한 하다고 무수히 되뇌이면서 작업에 몰두 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여러가지 새로운 과제들을 모두 끝내 가면서..
저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까지의 이론이, 모두 무용 하다는 것을 깨우쳐 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단순 하게도.. 주식은 잣대 하나만 가지고 해도. 이동평균선 하나만 가지고 해도.. 되는 것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무슨 엘리어트,사께다며.갠.피보나치.
파동, 일목 등등.. 그동안 정말 보배처럼 여기고, 느껴 왔던 이론들은 차라리 모르는게 나은 이론이 되어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세력주 100 종목의 일봉 그리기가 끝이 나던날..
선생님께서 스쳐 지나가듯 하신 이야기는 오랜 시간 제 기억에 남는 대화이기에. 옮겨 봅니다.
"개인이 왜 돈을 잃을까? "
- 차트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입니다. -
"네가 차트 보는 눈이 없어서 깡통 찼어? 아니잖아? "
-저는 손절을 못해서 입니다. -
"그래, 차트 볼줄 아는 개미들도 결국 깡통 차는데 이유는 손절을 못해서야.."
- 예.. 그런거 같아요.-
"그럼 세력들은 무슨 생각만 하고 살거 같아? "
-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개미들이 손절을 못치게 하고 홀딩하고, 물타기 시킬까?
그 생각만 할거 같지 않아? "
.............
손절을 못치게 한다...
이게 무슨 이야기 일까? 아니 세력들이 개미들로 하여금 손절을 못치게 막을수도 없구. 그걸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걸까?
세력들은 차트로 모든걸 이야기 하니까.
그럼 차트로 개미들을 손절을 못치게 한다? 어.. 그런 이야기인가?
순간 제 머리속이 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세력주 차트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잘 가다가 꼭 꺽어서 20일 지지를 보여 주는 이유. 그리고 장중에 오일선을 꼭 찍고 올라 와서 오일선 지지를 확인 시켜 주는 이유.
막판에 무지하게 올려 쳐서, 오일선과 이십일선의 이격을 최대한 벌려 놓구..
폭탄 투하 시키듯 털어 재끼는데도 개인들이 꾹 들고 있는 이유는? 20일 지지 될거라는 기대 때문............ 아.... 그런거 였구나...
미련을 극대화 시켜서 손절을 치지 못하게 하고자 함이었구나..
개인들이 망하는 모든 이유는 손절을 하지 않아서...
세력들의 목표는, 개인들의 손절을 최대한 늦추도록 하는것...
어느 햇살 따스한 오후..
선생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돈 있으면 재기 할수 있을거 같아?"
-예..
"이상하게 주식판에는 삼세번인거 같아.."
- 무슨 말씀 인지요?-
"손절 안해서 한번 망해가지고는 안되고. 손절 안해서 세번 망한 후에야 손절을 하게 돼거든.. 근데 어느 부자 라도 세번 망하면 대부분 빚더미야. 재기가 불가능하지.
.... 그리고 무슨 예수님 제자 이야기를 한거 같은데.. 닭이 세번 울기전에.. 어쩌구.. 저쩌구.. 불행히도 제가 성경책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13. 99 년 5월 / 6월 - 시장은 질주 하건만...
99 년도에 주식 투자를 하신분은 기억 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시에는 정부 에서 내 놓고, 주식 투자를 권장 하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 옛날 70년 후반, 박정희 정권 시절에, 미국에서 들여온 밀가루를 건강에 좋다면서 밀가루 먹기 운동을 했던 기억은 있지만.. (한동안 정말 밀가루가 쌀보다 좋은줄 알았습니다. ) 아무튼 정부에서 드러내 놓구서 무슨 운동 하는거.. 이거.. 영 별로라는 생각입니다.
권장할게 없어서. 주식 투자를, 권장 하나요?.
그것도 증권사도 아니구. 무슨 사설 펀드도 아닌 정부에서...
아무튼 당시 99년은 정말 내 놓고 주식 투자를 권장하던 시절 이었습니다.
이익치씨가 3000p 달성한다고 수만명에게 공언 했으며..
온갖 경제 신문에는 무슨 박사 무슨 교수. 어디어디 소장.. 암튼. 벼라별 사람들이 나와서.. 전 국민을 주식 시장으로 몰아 넣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저는 단지 먼저 뛰어 들어서, 먼저 깡통 찼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먼 산을 바라 보고 있던 시절 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잠을 못 이루던 날들의 연속 이었습니다.
제가 운명의 그날, 매도 쳤었던. 삼전. sk텔레콤은 이미 대장주의 품위를 늠름하게 자랑하며 연일 상승 하던 그 시절..
바라만 봐야 하는 그 고통은, 역설적으로 저를 더,더욱 공부에 매진하게 하였습니다.
처음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저는, 악이 받쳐서 밤 새워 차트를 외우곤 하였는데..
조금씩.. 조금씩 제 감정이 변화 해 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치..
그 전의 모습이, 폭풍우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서 배를 바로 세우고자 싸웠다면.
이제는 그냥 노를 놓아 버린 것입니다.
노를 놓은 채.. 흐르는 물살에 배를 맡겨 버렸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재미 있게도, 제가 노를 놓은 그 순간부터. 물살은 사나운 파도가 아닌.
너무나 잔잔 하고 조용한 물살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용서가 돼지 않던 사람, 아침에 양치 할때, 담배 필때. 때로는 모눈종이 위로.. 떠 오르던 얼굴.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속아 넘어 갔던 저 자신..
울컥 치밀어 오르던, 그 분노나 갈등들이.. 조금씩 옅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막막하기만한 날들의 연속 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시장의 모습은, 해석하기 쉬운 모습 이어서, 그냥 보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던 때 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게 계좌를 맡기셨던 그 분께서. 제게 믿고 다시 계좌를 줄터이니.
일단 이걸로 어느 정도라도 복구를 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 그래. 2억 2천을 무슨 수로 만든단 말인가? 아직 운용 금액이 2억여원이나 되는데, 이걸로 복구하면 간단하지 않은가? -
사실 그분께서는 사고가 난 이후, 저에 대한 신뢰를 모두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분 역시, 마음을 정리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셨던 것입니다.
더구나 저의 근황을 아시던 터라.. 저보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 이었습니다.
문제는 선생님과의 약속 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처음 받으실때, 제게 요구 하셨던 첫번째 약속이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질수 있는데, 이걸 무시 하기에는 당시 제 상황이 너무 암담했습니다.
다음날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께서는 그날 처음으로 화를 내셨는데.. 아마도 그것이 제가 선생님께 가장 많이 혼난 하루 였던듯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단호 하셨습니다.
- 실력을 쌓기 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지, 재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2억은 아주 큰 금액일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돈일수도 있다.
지금 그 돈의 회복이 그리 중요하면 떠나라. 다만 다시 인연을 맺지 말자.. -
대강 이런 말씀을 하셨던듯 하고..
저는 이날 처음으로,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아끼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장은 연일 불을 뿜고 있었습니다...
14. 99년 7월 - 또다시 천을 돌파 하고...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날... 한국 증시는 세번째로 천을 돌파 하였습니다. 다시 네자리수 지수의 시대를 만든것입니다.
다음날 약간 눌림을 주고 7월 9일 종가 1027로 끝나면서.. 드디어 한국 증시의 천 시대가 화려하게 시작되는듯 했습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선생님과 저는 그날 아침부터 객장에서 그 순간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저를 이토록 긴 고통의 늪으로 초대 했던, 1000 p...
94년. 95년. 그리고 99년.. 세번째 천p 를 보는 저의 심정은 정말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었습니다.
쓸쓸히 사무실에 돌아온 저는... 그날밤..
밤새 뒤척이면서.. 잠못이뤘습니다.
금요일 이었던지라.. 여의도의 밤거리는 온통.. 축제 였고...
사무실 아래 층에서 들려오는 밴드 소리는 저를 더욱 뒤척이게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께서는 토, 일요일 이틀동안 투자 설명회에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무려 6곳의 투자 설명회를 다녀온후 강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고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곳이 시간이 겹쳐서 2곳은 후배에게 녹음을 부탁했고. 나머지 4곳은 직접 참가했습니다.
발 디딜틈 조차 없을 만큼 사람들은 가득했고. 강사들은 수려한 외모와. 확신에 찬 어투. 그리고 달변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연말에 2000p 돌파가 될것이며, 코스닥은 300p 돌파가 된다고 소리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근거를 그럴싸한 차트와 지표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6곳의 투자 설명회는 한곳의 예외도 없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밤. 저는 선생님께. 한 장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6곳이 모두 같은 이야기 인지라 특별히 나눌 이유도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료는 보지도 않으시고. 제 생각을 물으셨습니다.
“ 네 느낌은 어때? ”
- 94년에도. 95년에도 이랬던거 같습니다. 다만. 오늘 강의를 진행한 분들은 모두 유명하신 분들인데 이분들이 모두 한결같이 주장하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유명한게 먼데? 오늘 강의 한 친구들이 수익 낸적 있을거 같어? 아니면 경력이 많을거 같아? ”
- 아..예..
“네가 저친구들 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
- 아뇨.. -
“ 저 친구들은 초짜고. 우리는 타짜야. 초짜들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네 생각이, 저 친구들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되겠지.. ”
“ 그럼 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생각해? ”
그날 선생님께서는 처음으로 제게 계좌를 하나 주셨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말씀 드린, 그대로 행할 것을 명하셨고.
제 전략이 결과적으로 틀리다고 해도.. 전혀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제가 그 전략을 그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때는 책임을 물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차분하게 생각했던 대로 처리를 했습니다.
결국 1000p 전후로 전량 매도를 단행할수 있었습니다.
아마 3일 정도 1000p 이상의 지수에서 놀았던듯 하고. 지수는 또 다시 숱하게 많은 투자자들의 미련과 한숨을 바탕으로 다시 하락의 첫 머리를 시작했습니다.
15. 99년 여름과 가을 - 작전 or 파생....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해 여름은 망망 대해에 조각배 한척 띠우고, 따가운 햇살을 피할길 없어 하는 어부의 심정이 아니었나 한다.
지금 당장 크게 위협을 느끼거나 공포심이 들지는 않지만, 답답함과 지루함에 지쳐 가고, 말라가는 그럼 상태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근사한 양복에 넥타이를 한 젊은 금융인력들의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끼는 날들 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한지도, 5개월여의 기간이 지나고 있었다.
물론 시간은 짧으나.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였으니.
그 기간은 내겐 참으로 길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기억이 엉킴... 음..
휴............ 시간 순서대로 쓰는것이 보통 지겨운게 아니네요..
이런 이유로 갑자기 확 건너 뛰어 볼께요.
물론 중간 빠진 부근은 당연히 메꾸겠습니다..
20. 2000년 3월 - 사이버 상에서의 첫 걸음.
99년 중순경, 크고 작은 증권 사이트가 수백여개 있었습니다.
그중 팍스넷과 씽크풀 두 사이트가 두각을 나타 내기 시작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에만 해도. 그리 양질의 자료나, 좋은 글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간혹 독창적인 시황관을 보여주는 분이 몇분 계셨던걸로 기억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끔 술자리에서 몇,몇분들이 앞으로는 사이버의 힘이 무척 커질 것이며.
작전도 사이버 작전이 성행 할것이다. 따라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당시에는 사이버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이 가끔 체크 하라고 하는 날만 읽어 볼 따름이지. 특별하게
19. 대망의 2000년. - 물러설 곳도, 물러서지도, 물러설수도 없다.
드디어 내게 맡겨진 계좌.
그 어느 누구의 참견도 받지 않고 내가 전진과 후퇴를 외칠수 있는 나의 군사들..
나는 그돈을 어떻게 운영할것인지 치밀하게 계획을 먼저 세웠다.
흔히들 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이 시장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오랜 실전경험과 하루 15시간 이상 지속된 오랜 시간의 훈련..
그것들을 통해서 내가 익힌 것은 한가지.
- 가장 단순한 기술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최고이다 - 라는 것이다.
몰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그만큼 단순한 기술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인 듯 한데..
이것은 커다란 오판이다.
시장은 1월 13일 자로 macd 선이 기준선 아래로, 이미 내려와 버린 상황.
그 상황에서도 연일 뉴스와 경제 전문가들은 증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지속 펼치고 있었다.
일단 시장은 약세 권이기 때문에 방법은 선물 매도 한가지 뿐이었다.
일단 자금을 나누기로 하였다.
스윙 트레이딩과, 데이 트레이딩의 장/단점중 양쪽의 장점만 취하고 싶은 것이 투자자의 꿈이지만. 그것은 이미 오랜 역사가 불가능함을 입증했다. 굳이 그것을 내가 스스로 입증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 하기로 하고, 원칙 매매에 몰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의 기술이나 테크닉은 당시에 절정을 이루던 때여서.. 스캘핑에 대한 유혹이 무척이나 크던 때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훈련에서 결코 그것이 답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나는 나 자신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는데 노력했다.
사실 나의 투자 인생에 이때만큼 짜릿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은데..
연일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져 가던 2000년...
화려한 부활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때 내가 썼던 테크닉은 그야말로 단순 그 자체인데.
데이 매매는 15분을 썼고, 일봉 매매는 오직 macd 와 스톡을 결합한 매매만 하였다. 이 두지표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이 두 지표가 상호 보완 작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이미 끝난 상황인지라.. 준비가 된 나에게 시장은 물반 고기반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사실 하락장에서는 스톡 매도 신호에 의한 선물 매도 만큼 위력적인게 없다고 생각한다. 분봉에서의 속도도 놀라왔지만, 일봉으로 운영한 계좌의 속도도 무척이나 빨랐다.
상승/ 하락장에 대한 판단은 macd 선의 기준선 위냐? 아래냐의 위치로 판단 한후에.
상승장에서는 스톡 매수/macd 매도 자리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하락장에서는 스톡 매도/macd 매수 자리를 집중적으로 찾아 간다면, 선물 시장은 어떻게 보면.. 별천지 였다.
고점과 저점의 위치는 다이버전스로 찾아 들어갔고. 기타 이평의 이격과 trix 를 적절하게 적용시켰다.
2000년 선물 시장을 macd 와 스톡을 놓고 한번 보시면.. 저의 이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실 터인데.. 한번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란다.
2000년 장은 나를 우뚝 서게 해준 장이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2000년은 무수히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깡통으로 몰아버린 장이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분들이 코스닥에 몰입 했고, 또한 이분들은 대부분 기술적 분석이나 기타 주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장은 그랬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시장...
초보자들이 흘리는 엄청난 피눈물로.. 누군가는 재기 하는 것이다.
먼저 피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단순히 그것 만으로는 자격이 되지 않겠지만..
그 피눈물을 헛되이 쓰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 시장은 대부분 다시 기회를 주는듯
하다.
흔히 5년 주기라는 말을 한다. 5년에 한번씩 주식 투자자들이 물갈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간 사람들중 대다수는 낙오하게 되는 것이며. 이들이 모두 지쳐 나갈때쯤 시장은 다시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고. 날개를 달고 하늘까지 날라간 후에야 무수히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새로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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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꼴통둘리
05.06 02:30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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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름크로스
05.06 03:35
무슨 무협지 읽는 것 같네요..ㅎㅎ 재미있습니다. 뒷부분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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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一生水
05.06 03:47
정말 오랜만에 좋을글을 접했습니다. 좋은 글을 써서 남겨주신 알바트로스님께 감사드리며 또 좋은글을 소개시켜주신 이안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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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우상향
05.06 08:56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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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맨
05.06 12:48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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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옹날라차기
05.06 15:02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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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없는개미
05.06 15:05
잘 읽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한 구석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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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kyi
05.06 15:18
이거 뭐냐? 갑자기 무슨 작전주에다가 손절 어쩌구냐? 이 바닥은 그냥 돈많은 넘이 장땡이여.. 뭔놈의 세력 선생님... 진짜 돈 따는 사람들(부자)은 남들 아이구 죽겠다 할때 몰빵쳐서 적정주가 도달하면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여.. 이 사람들은 차트도 안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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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빛
05.06 17:39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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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선
05.06 18:00
겸손한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면서 단순한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성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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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매매101
05.06 18:02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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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소주6
05.06 19:09
아~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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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타
05.06 20:06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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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저격수
05.07 01:31
주식 보다 소설쓰시는게 낫겠네요. 인세가 훨신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텐데요. 주식입문기도 대단하지만 필력 또한 쌍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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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취가이
05.07 02:27
저따위로 세력잡주 트레이딩하다가 시골국수 꼴난다. 내 장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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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d358
05.07 16:57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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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혈일검
05.07 20:06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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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5
05.08 10:39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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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水金
05.08 17: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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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비니
05.08 19:12
- 가장 단순한 기술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최고이다 - 이 말이 백미가 아닐런지...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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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dtka
05.09 18:50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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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힘
05.09 19:36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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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2007
05.23 15:10
좋은정보 감사해요~ 담아갈께요! ^^
- ▲ 이전 글 5. 6일 현재 포트입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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