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파생에 발을 들여놓은 지 좀 된 분들은, 제시 리버모어라는 이름 자체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에 관해서 논한 책은 많지만, 리버모어 본인이 쓴 책은 이 두 권(미국에서는 두 권으로 나온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과 <주식 매매하는 법>의 합본 번역판임)뿐입니다.
1877년에 태어나 194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한참 오래전 사람이죠. 그러나 오늘날 트레이딩의 상식이 되다시피 한 추세매매(Trend Follwing)을 철학적으로 정립한 것은 사실상 이분이 원조입니다. 유명한 터틀 트레이딩이나 조지 소로스의 재귀 이론 역시 제시 리버모어의 사상을 계승한 것입니다.
책을 접하다 보면, 글빨은 화려한데 내용이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글은 서투른데 가슴에 절절히 녹아드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후자입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어린 시절부터 증권거래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 인물로, 대학 문턱은 물론 중학교조차 가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문장은 투박하고 멋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축적한 증권시장의 생리에 대해 간결하게 전달하는 한 문장 한 문장 안에 범상치 않은 내공이 묻어납니다.
우리 출판가에도 '나는 ***원으로 ***원을 벌었다'느니 '**개월만에 ***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렸다'느니 하는 식의 자화자찬으로 도배한 투자서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을 보면서 받은 불쾌한 느낌(교언영색이 선의인이라는 옛 말씀이 떠오르더군요)을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근본이 튼튼한 투자, 철학이 있는 트레이딩을 꿈꾸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눈이 참 풍성하게도 오네요. 저녁 먹고 나서는 좀 멀리 산보라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편안한 한 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