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불안. 부채 빨간불...곧 경고음 울릴수도!
금융위험이 실물로 전이땐 진짜 위기
2057조 정부·민간 부채 가장 큰 위협 외국인 직접투자 줄고 수출도 감소세
◆ 한국경제 위기의 시계 ◆위기의 시계를 살펴보면 금융 불안이 어떻게 실물로 전이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4분기 때 위기의 시계는 정확히 24시를 가리켰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위기가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총 17개 지표 중 위기 경보를 울린 지표 개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6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부와 민간 부문 부채 규모인 국내신용은 1996년 4분기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1996년 4분기 604조원인 국내신용이 1년 뒤 정확히 729조원으로 튀어올랐다. 속도도 빨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신용은 같은 기간 1.27배에서 1.37배로 상승한 데 이어 1999년 1분기 1.52배까지 이어졌다. 빚으로 경제를 운용한 것은 외환보유액 감소에서도 발견됐다. 외환보유액은 1997년 1분기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12.9% 줄었고, 그해 4분기에는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38.6%나 급감했다.
이 여파로 원화값이 요동쳤다. 1997년 3분기 달러당 원화값은 898.63원에서 이듬해 1분기 1596.88원으로 급락했다. 공교롭게도 수입과 수출이 그후 급감했다. 1998년 3분기 수입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39.86%로 떨어졌다. 1998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7.1%까지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단기외채 부문이 불안했다. 2006년 3분기 1074억달러였던 단기외채는 2008년 3분기 1895억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원화값이 요동친 것은 그 후였다. 달러당 원화값은 2008년 3분기 1066.09원에서 이듬해 1분기 1418.30원으로 급락했다. 이때에도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며 2009년 3분기 실질성장률은 -4.2%를 기록했다.
15시 44분(2009년 2분기)까지 뒤로 움직이며 안정세를 보였던 위기의 시계가 다시 유로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8시 21분(올 1분기)을 가리켰다. 3년 만에 가장 불안한 수준이다.
현재 17가지 지표 중 경고등이 켜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달부터 유로존 불안이 크게 부각된 점을 고려할 때 다가올 2분기 위기의 시계는 '위기 예보'라는 경고음을 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7일 매일경제신문과 LG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17개 경제변수로 구성된 위험 예측 모델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임계치를 넘은 지표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실물ㆍ경상과 자본ㆍ금융 부문에서 각각 두 가지 위험 요인이 빠른 속도로 확대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향후 경고음이 울릴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자본ㆍ금융 부문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정부와 민간 부문 빚이었다. 올 1분기 정부와 민간 부문 부채를 나타내는 국내신용(DC)은 2057조원으로 2009년 4분기에 비해 13.8% 늘었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2000조원 미만이었지만 3분기부터 2000조원대로 진입했다.
글로벌 불안에 11개월간 기준금리가 연 3.25%로 연속 동결되면서 저금리 상태가 지속됐고, 이에 따라 금융권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부채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DC는 2010년 1.56배에서 올 1분기 1.6배로 늘어났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부채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금융사 대출 행태 전망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의 대출 태도는 1분기 7에서 2분기 3으로 4포인트 줄었다.
정부의 금융권 단속도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지나친 대출 증가세에 은행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채만 놓고 보면 금리 정상화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금리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부채를 막으려 하고 있는데, 금리 정상화만이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줄어들고 있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다. 올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9억1620만달러 순유출됐다. 작년 4분기만 해도 18억7680만달러 유입됐던 것에 비해 큰 반전인 셈이다. 이에 반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신고 기준)는 1분기 109억8000달러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8.7% 늘었다. 투자는 고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고용 유인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실물ㆍ경상 부문에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와 수출 둔화세가 위협 요인으로 부각됐다. 재화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품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올 1분기 75.1로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6.4% 하락했다. 2010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한 이래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 실물경제 침체로 수출도 둔해지고 있다. 올 1분기 수출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분기 35.8%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이래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GDP 대비 DC, 교역 조건, 실질성장률, 주가지수 등이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위기시계 모델은
매일경제신문과 LG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산출한 한국 경제 위기의 시계 모델은 위기 상황에 시간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모델은 그라시엘 커민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신호접근법을 바탕으로 했다.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17개 금융ㆍ실물 부문 변수를 대입해 위기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시간으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금융 부문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신용, 실질금리, GDP 대비 단기외채, 통화승수, 실질 내외금리차 등 9개 지표를 활용한다. 또 실물 부문에서는 GDP 대비 경상수지, 실질환율, 수출증가율, 실질성장률, 교역조건변화율, 주가지수 등 8개 지표를 사용한다. 표준화 과정을 통해 17가지 지표를 관측하고 임계치를 넘어서는 지표가 많아지는 등 악화할 경우 24시를 향해 움직이도록 돼 있다.
반면 호황의 정점에는 12시를 가리키도록 설정했다. 다만 지표를 통한 분석이기 때문에 정치ㆍ사회적인 불안 요인은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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