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단기분봉에 아주 효율적이지는 않아서 지금은 빼놓았지만, 개인적 트레이딩 툴에 한때 '엘더레이(Elder-ray)'를 넣고 사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평이나 다른 기술적 지표들이 대부분 종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엘더레이는 고가와 저가에 초점을 맞춰 시장 내부의 숨어 있는 에너지를 추적한다는 개발 의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피부 밑을 들여다보는 뢴트겐의 X-ray처럼 캔들 아래에 숨은 매수세와 매도세를 투시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거죠. 의사 출신다운 발상이었습니다.
알렉산더 엘더(Alexander Elder)는 마치 한 편의 영화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트레이더입니다. 구소련의 레닌그라드(지금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태어나 16세 때 의과대학에 들어갔고, 22세에 수련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외양선에 배치되어 선의(船醫)로 근무하다가, 배가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 정박했을 때 바다로 뛰어내려 탈출,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대사관에서 배려해준 항공편으로 1974년 2월 '악의 제국' 미국에 도착했을 때, 23살의 이 청년의사에게는 주머니에 든 25달러가 전재산이었다고 합니다.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 Come into My Trading Room>에서 개인사 이야기는 거의 하고 있지 않아, 이후 그가 어떤 경로로 증권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고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이공계 출신이라서인지 글투가 상당히 무미건조하고 유머감각도 거의 없어요. 즐거운 책읽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약간 지루합니다. 다만 오랜 트레이딩 경력에서 축적된 심후한 내공이 행간마다 자연스럽게 배어나옵니다. 이 점은 화려한 말빨로 무장한 이른바 '주둥이 고수'들의 저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지요.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의 내용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마인드콘트롤, 매매기법, 자금관리.
이중 매매기법은 거의 모든 투자전략서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니 별로 신기할 게 없습니다. 평범하고 장황하며 다른 책들보다 특별히 더 나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러나 이전의 투자전략서들에서는 부차적으로 취급되던 심법(心法)의 위상을 확 끌어올려 더 세밀하게 뜯어보았다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실패하는 매매자들의 '자기파괴적 속성'을 유형별로 분석 소개하는 항목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마도 정신과의사의 경력 덕분에 그런 관찰이 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력이 묻어나는 인상적 문장의 예를 들어봅니다.
"시장에서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을 때는 억지로 거래를 하려는 것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아마추어는 어려운 도전을 찾고, 프로는 쉬운 거래를 찾는다."
얼핏 보기엔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이걸 실행하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칼손절을 실천하는 투자자들 중에도 조급증을 못 이기고 덜컥 진입했다가 후회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프로야구에서 "원하는 공이 올 때만 배트가 나갑니다"라는 말을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겠지요.
알렉산더 엘더의 또다른 저서 <심리투자법칙 Trading for a Living>의 경우 압구정미꾸라지(윤강로 KR선물 회장)가 극찬한 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직 증권사 간부인 어느 이웃 블로거(네이버)는 이 책을 태워서 오렌지주스에 타 먹는다고 하더군요.(아마 그만큼 금과옥조로 여긴다는 상징적 농담인 듯)
의사의 사명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겁니다. 알렉산더 엘더의 책들은 수십 년간 증권금융 분야의 스테디셀러 자리에 올라 있고 수십 개 국어로 번역되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엘더 박사는 메스와 주사기가 아닌 다른 형태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릅니다.
급한 마음에 이름난 전문가를 쫓아다니거나 신호장사에게 목을 맸다가 후회하는 분들을 가끔 봅니다.
거기 들어가는 비용의 1/10만 투자해서 세월이 검증해준 양서를 접해보세요.
진지한 마음으로 정독했다면,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끼실 겁니다.
다들 만기주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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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애국단
04.22 10:55
심리투자법칙은 일전에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만, 우둔해서 저자의 핵심이 잘 파악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대충 읽고 치워 놓았는데, 아니게 아니라 글이 좀 재미가 없어요.ㅎㅎ 트레이더의 기본이 금법,기법,심법이라 생각했는데 우선순위가 마인드콘트롤, 매매기법, 자금관리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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