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들은 “공부 안 하면 커서 실패한다”는 말을 자연스레 내뱉는다. 학교 공부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며 몰아가는 현상의 맨 앞에 엄마들이 있다. 아이의 마음은 제쳐두고 공부를 잘하도록 채찍질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자칫 내 아이를 사회성 면에서는 거의 자폐 수준으로 내몰게 될 수도 있다. 인성교육은 학교교육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첫 경험을 하는 가정에서 부모가 공부 외의 것들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공부가 최우선인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와 자녀교육을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힘들어진다. 아이들에게 “공부, 공부”만 하지 말고 숨 쉴 틈을 주어라.

돈만 버는 아이로 교육시킨다

우리 사회는 남을 잘 돕지도 않고, 남의 도움을 받는 것도 꺼리는 편이다. 동정심을 품고 동냥하듯 남을 도울지언정 절대로 남의 도움은 받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요즘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를 ‘돈 잘 벌어 잘사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사교육에 매진한다. 아이가 커서 제 앞가림을 못할까 봐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를 들볶는다. 이것이 얼마나 아이에게서 사람다움을 잃게 만드는 일인지는 모른 채 말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대물림해야 하는 가치는 돈보다 중요한 희망, 건강, 나눔, 사랑의 미덕이다. 지금은 바로 그 미덕을 가르쳐야 할 때다.

체면이 중요하다

성폭행을 당한 학생이 무작정 입을 막고 덮어버리려는 부모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상담 사례가 있었다. 그 여학생의 부모는 덮어두면 그만이라고,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했는가. 그 여학생은 발설을 막는 부모의 강요 때문에 한 번 더 상처를 입었고, 차츰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어떻게 느껴야 옳은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창피한 건지, 죄책감이나 분노를 느껴야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쉬쉬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많다. 체면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어 표현에 ‘벽장 속의 해골(skeleton in the closet)’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더 심하다. 가정 폭력이 있어도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이혼하지 않고 체면을 지키려는 엄마들이 이런 심정 아닐까? 속으로는 곪아터져도 겉으로는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한다.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나라 엄마들, 이렇게 변해라!

심리학적으로 엄마들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문은희 박사는 엄마들로 하여금 괴로웠던 경험, 끔찍한 파국을 맞은 순간이 있다면 그 사건을 이야기하거나 글로 쓸 것을 권한다. 엄마들도 어린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회상하면서 숨이 막힐 듯 힘이 들지도 모른다. 원망과 분노가 치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갈등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다스릴 때 자녀의 마음도 다스릴 수 있다.

당신 자신을 인정해라

자녀에게 끊임없이 칭찬을 하는 엄마가 있는 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자. 외할머니-어머니-나로 대물림된 내 안의 무의식적 스트레스를 딸에게 대물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남편의 학대, 시어머니의 미움 등 과거에 받았던 불합리한 대우를 전부 자신이 못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삶은 결코 내가 만든 결과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내 탓이 아니구나’라고 깨닫고 나면, 다른 사람을 못 믿던 마음도 사라진다. 자신도 실수하듯 남도 실수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 나와 남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아는 것이 평화로운 삶의 출발이다.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엄마를 위해 사는 자식을 만들지 마라

엄마를 위해 모범생이 되고, 엄마의 보람이 되려고 애쓰다 병이 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엄마들은 모든 것이 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부생활을 하고, 엄마 노릇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직장생활을 하고, 문화생활을 한 사람이 과연 행복할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열심히 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의 기준에 따라 허겁지겁 정신없이 산다면 삶이 힘들어진다. 뒤늦게 자신의 기준을 서서히 찾아가면서 생각, 행동, 판단을 새로 정립해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자신의 기준 없이 살아가는 것은 힘들고 괴롭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아닌 자신의 기준이 필요하다.

남도 생각해라

자기 자식과 식구만을 위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도 그대로 닮는다. 가족의 이익만 생각하는 삶은 도덕성 발달단계에서 가장 수준이 낮다. 서로 독려하면서 이웃의 범위를 넓혀갈 때 공공의식이 생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은 책 읽은 이야기를 엄마하고만 나누는 게 아니라 다른 이모와도 나누고 싶어해야 한다. 엄마 역시 이모가 되어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중요한 특징은 혼자 설 수 있는 독자성 그리고 경직되지 않은 유연성이다. 유연성을 가진 엄마가 되자.

아이를 아프게 하는 엄마의 잘못된 행동 BEST 5

규칙과 약속을 꼭 지키게 했는가?
아이에게 “엄마와 한 약속을 어겼구나”라고 말하기 전에 그 약속이나 규칙이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닌지 되돌아보라.

슬픔이나 고통을 공감하기보다 해결해주기 위해서만 노력하지는 않았는가?
자녀와 자신을 구분하지 않고 ‘포함’하는 엄마는 자기 마음을 다스리듯 아이 마음도 신속하게 억누른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기보다 해결의 길로 머리를 돌리는 것이다. 아이는 위안받을 잠깐의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다.

‘너는 내 전부다’라고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가?
자식에게 모든 걸 바치는 엄마의 모습은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그 희생 앞에 스러져가는 아이를 생각해보라. 아이는 엄마를 위해 모범생이 되고, 엄마의 보람이 되려고 애쓰다 병이 난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안심했는가?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 책 읽는 걸 즐길 때 칭찬했는가? 하지만 아이가 책 뒤로 숨어버리면 엄마는 영원히 아이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실패할까 두려워 미리 지적하고 잔소리하지는 않았는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서 하는 잔소리였다고? 그러나 아이에게는 “내가 널 어떻게 믿어?”라는 의심의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문은희 박사

무의촌 의사를 꿈꾸며 연세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했으나, 졸업은 교육학과로 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학습심리를 전공했다.

미국 예일대학에서 목회상담 석사학위를 밟고 돌아와 연세대학교 상담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영국 글라스고대학에서 ‘우울증’을 주제로 논문을 써, 쉰이 넘은 나이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 박사는 연구과정에서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구조인 ‘포함단위’를 발견해 ‘포함이론’을 정립했다.


/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