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6년부터 연간 1,000~3,000만원 정도를 ELS(주가지수연계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금액만으로야 따진다면 큰손(?)들에 못 미치지만 3년여 동안의 성공과 실패를 겪어오면서 이 상품(펀드)에 대한 실체를 어느 정도 느끼게 되었다.
우선 ELS, ELF, ELD 등 유사상품에 대한 정의와 구분 등은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이나 네이버 검색 등을 통해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하다. 그 내용들을 일일이 얘기하다 보면 정작 이 글의 핵심인 ‘실전 ELS 투자’의 내용에 할애할 지면이 부족하게 된다.
필자는 주로 스텝다운형 ELS에 투자한다. (리스크에 비해) 상환 시의 수익이 높기 때문에.. 2006년 대우조선해양을 기초로 하는 ELS에 처음 가입하여 조기상환 성공, 2007년 기업은행을 기초로 하는 ELS에 가입하여 조기상환 성공.. 이때까진 좋았다. 은행 예금이자의 3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으니까.
하지만 꼬이기 시작한 건 2007년 10월(아시다시피 KOSPI가 2,000을 기록하던 그 즈음) 삼성중공업 및 POSCO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하면서부터 이다(그나마 감?이 작용했는지 평소와 달리 1,000만원이 아니라 500만원만 투자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 이 여세(?)를 몰아 2008년 1월에는 평소 친분 있던 은행PB의 권유로 LG디스플레이 및 두산중공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개별종목(주로 2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 ELS에 투자할 시에는 아래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고 투자할 지 말 지를 결정하라.
1. 기초자산(종목)의 월봉상 현재 위치가 역사적 고점부근이다 → 투자하지 말자
2007년의 조선업종이 그랬다. 현대중공업이 55만원을 기록하고, 삼성중공업이 5만원을 훌쩍 뛰어넘었었다. 그 시기에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작년에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필자 역시 삼성중공업 때문에 500만원이 2년 뒤 247만원이 되어 돌아왔다).
2. 두 기초자산의 주봉 그래프를 보고 투자하라, 52주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를 주시하라
스텝다운형 ELS는 대부분 만기가 2년, 조기상환은 4~6개월마다 한 번.. 이런 식으로 출시된다. 빠르면 4개월만에 투자금 및 수익의 회수가 가능하지만 잘못되면 2년 동안 자금이 묶이게 된다. ELS에 투자했을 때의 최적 시나리오는 6개월 혹은 1년 사이에 조기상환되어 연수익을 그대로 거두고 다른 ELS 등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최적의 시나리오 대로 되려면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중요하다.(아시다시피 스텝다운형 ELS는 상환평가시점에 주가가 올라봐야 아무런 필요가 없다. 일정 폭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된다) 앞으로 1년 동안 큰 폭으로 내리지 않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골라야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과연 1년 동안 큰 폭(10% ~ 20%)으로 내리지 않을 종목을 너는 아느냐?’라고 필자에게 반문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것을 맞출 재주는 없다. 다만, 주식도 어쩌면 확률의 게임인지라, 바로 그 확률이라는 것에 기대어 보자는 것이다.
일봉챠트를 보게 되면 하루하루의 주가흐름에 의한 변동폭이 너무 커져 보인다. 이는 주식 직접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볼 챠트 이지 2~3년 만기의 ELS에 투자할 사람들이 볼 챠트는 못 된다. 그래서 주봉챠트를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52주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를 보조지표로 띄워보자.(주봉챠트, 52주 이동평균선, 이격도… ‘난 이게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주위에 주식투자 하시는 분 들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주가란, 단기적으로는 급등락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평균에 근접하게 된다.
52주 이평선과의 이격도가 120 이 넘는 기초자산이 편입되어 있을 시는 위험도가 높으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ELS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증권은 6일 "현대모비스, 삼성SDI를 기초자산으로 3년 후 두 종목의 주가가 최초 설정시보다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8% 수익을 지급하는 '삼성증권 슈퍼스텝다운 ELS(주가연계증권) 2894회'를 오는 7일까지 100억 원 한도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4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두 기초자산 모두 최초 기준가의 90%이상(4, 8, 12개월), 85%이상(16, 20, 24개월), 80%이상(28, 32개월)이면 해당 시점에 연 18%로 상환된다. 최종 만기에는 만기일 포함 3일 종가평균으로 기준가를 산정한다.
단, 조기상환되지 않고 만기시점에 최초 설정시보다 40% 이상 하락해 있으면 만기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1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가 작년에 급상승, 185,000원을 찍고 현재에도 15만원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물론 필자는 주식 직접투자도 하고 있기에 한 번 상승세를 탄 종목은 쉽게 꺾이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요즘의 주식시장은 IT와 자동차가 끌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ELS 투자자는 1년, 2년 뒤를 걱정해야 한다. 위 상품의 조기상환 조건을 보면 1년 후에 10%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하고, 2년 뒤에는 15%, 만기시에는 40%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연 18%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설마 지금 이렇게 자동차 산업이 호황인데, 현대모비스가 3년 뒤에 반토막 정도까지 내려가기야 하겠어?’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딱 2년 전 필자가 그랬다. ‘삼성중공업, POSCO 같은 우량한 주식이 반토막 날 리가 있나?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그런 일 없을 거야!’필자의 ELS 투자를 위험하다고 말리던 와이프에게 던진 말 이다.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는데, 삼성중공업은 반토막이 났다..
삼성SDI도 2004년 175,000원의 고점 이후 쭉 하락하다가 작년에 급상승하여 역사적 고점인 179,000원을 찍고 현재 14만원 언저리에 있다.
삼성SDI의 현재 이격도는 130%, 현대모비스 역시 130% 정도 이다. 둘 다 꽤 높은 이격도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투자한 삼성중공업의 2007년 10월 주봉상 주가와 52주 이평선과의 이격도는 140을 넘는다. 올라도 너무 오른 종목에 베팅한 것이다. 평균(100)으로만 회귀해도 40%는 빠질 종목에, 더군다나 자칫 하향세로 돌아서면 반토막은 충분히 날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한 것이다.(필자의 주식에 대한 안목은 작년에, 직접 투자를 하면서야 비로소 갖춰지기 시작했다 T.T)
주식관련 시장은 대부분 제로섬 게임이다. 내가 연18%의 수익을 가져가면, 반대편의 누군가(ELS펀드 운용회사, 내지는 작년 한해 ELS 기초자산 주가조작으로 문제가 되었던 외국계 파생상품 개발회사)는 연18%의 손실을 입는다. 그러한 ELS 상품 운용자(개발자)들이 위와 같은 고수익(연 18%는 고수익에 속함을 잊지 말라!) 구조를 가진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연 변동폭이 거의 없는 KT, SK텔레콤 같은 종목을 편입한 적이 있던가? ELS가 유행이라고 하여 마구잡이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기초자산에 대한 분석을 잘 하던지, 아니면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하는 것이다. ELS 투자자의 성향상, 연 18% 먹으려 하다가 반토막이 되는 위험보다는 확률 높은 연 10%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으로 필자는 이 글을 쓴다.
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삼성증권이 출시한 위 상품도 수익대비 위험이 너무 큰 상품이라 권하고 싶지 않다. 다음은 다른 상품,
하이자산운용이 6일부터 LG전자와 SK에너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기상환형 주가연계펀드(ELF)인 ‘하이 2Star 증권투자신탁 35호[ELS-파생형]’를 판매한다.
이 펀드는 세전 연 15%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제공된다. 조기상환 조건은 투자기간 동안 LG전자와 SK에너지의 주가가 한번이라도 115%이상인 적(동일일자 종가기준)이 있거나 매 6개월 조기상환평가일마다 LG전자와 SK에너지의 주가가 각각 최초 기준주가의 90%(6․12개월), 85%(18․24개월), 80%(30개월), 60%(36개월) 이상인 경우이다.
또 조기상환이 되지 않더라도 가입기간동안 어느 한 종목이라도 최초 기준주가 대비 50%를 초과 하락한 적이 없으면 3년후 만기시 45%(연 15%) 수익률로 상환된다.
LG전자는 2008년 168,000원으로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작년 재상승하다가 현재는 12만원 언저리, 52주 이평선 이격도는 114% 이다. SK에너지는 2007년 216,000원 고점을 찍고 하락과 상승을 거듭하다 현재 12만원 언저리, 52주 이평선 이격도는 120% 이다. 역시 다소 부담스러운 현재 주가의 위치이다.
다음은 다소 특이한 상품 하나,
교보증권은 오는 7일까지 조건 충족 시 연 9.1%의 수익을 지급하는 원금보장형 ELS 1종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행하는 교보증권 제465회 ELS는 SK텔레콤 보통주와 현대차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매 6개월마다 조기상환기회를 부여하여 두 종목 모두 최초기준주가의 100%(6,12,18,24,30 36개월) 이상인 경우 연 9.1%의 수익을 지급하는 3년 만기의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드디어 필자가 앞에 말한 SK텔레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이다! 뒤도 안 돌아보고 투자해야 하나? 아니다! ①조기상환의 조건 ②2번째 종목인 현대차 이상 두 가지를 주목하라. 이 상품은 우선 스텝다운형이 아니다. ‘원금보장’이 된다. 원금손실에 대한 불안함이 사라져서 좋은가? 조기상환조건을 보라, 2개의 기초자산 주가가 최초기준가 대비 100% 이상이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 조건인가? 현재 현대차의 52주 이평선 이격도는 130%, 장기적으로 100%에 회귀한다는 가정을 하면 위의 조기상환 및 만기상환 조건을 달성하기란 어려울 확률이 높다.
ELS 상품의 투자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상품 또한 펀드의 일종인지라 판매사 등에 지불해야 하는 총보수료는 처음 6개월간은 연 2%를 넘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투자자가 추후 18% 이익을 가져가든 반토막이 나든 판매사는 판매시 꽤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 이런 불합리한 상품이 어디 있나? 그나마 일반 펀드는 운용담당자가 머리 아파가며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판매사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건만(물론 안 그런 펀드도 많지만 ^^).. ELS는 한 번 판매하면 끝이다. 운용회사에서 할 일도, 판매사에서 사후 관리할 일은 더더군다나 없는 상품이다.
많이 팔수록, 별다른 책임감을 가질 필요 없이 보수만 두둑히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깨어나라, ELS 투자자 들이여! 연초 재테크 관련 기사를 보면, 전문가들이 ‘투자자산의 일부(20~40%)를 ELS 에 투자하세요’라고들 한다. ELS는 일주일에 10개 이상의 상품이 출시된다. 기초자산과 상환조건을 면밀히 따져보고 투자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다만, KOSPI 지수가 1700 즈음에 도달한 현재 시점에서 ELS 투자는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거의 모든 기초자산 종목의 52주 이평선 이격도가 120%를 넘는다. ELS 투자의 적기는 2008년 후반 ~ 2009년 초반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필자가 이 글을 쓰며 ELS 투자를 논했다면, ‘주식은 무슨 주식, 다시는 주식의 ‘주’자가 들어가는 데 내가 투자하면 성을 간다, 집어 치워라’라는 말을 들었을 지 모른다. 그때는 거의 모든 기초자산의 52주 이평선 이격도는 80% 이하 였다. 추후 다시 논의 하겠지만, 이 시기에는 ELS의 발행조건도 상당히 좋았다. 이에 반해 요즘의 ELS 발행조건은 상당히 빡빡한(조기상환의 확률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못다한 얘기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 새롭게 출시되는 ELS 상품의 분석 글에서 하도록 하겠다. 앞으로의 저의 글 들이 ELS 등에 투자하려는 분 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