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열심히 청소해도 하수구 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문제는 더 심각하다. 더운 여름일수록 하수구 안 노폐물이 쉽게 부패돼 냄새가 더 많이 올라온다. 하수구에서 꽃이 피도록 광이 나고 윤이 나게는 못하겠지만, 지금 당장 올라오는 냄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아보자.

1 냄새의 원인을 찾아라

집 안 하수구 중 냄새가 가장 심한 곳은 싱크대. 부엌이 옛날 집처럼 따로 있지 않은 한 집 안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냄새가 집 안으로 직접 올라오기 때문이다. 따뜻한 곳에서 하수구 안의 노폐물이 더 쉽게 자라기 때문에 집 안은 최적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싱크대 하수구에서 악취가 나는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하수구로부터 역류된 냄새가 배수구를 통해 나온다. 긴 하수구 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오래된 먼지들과 쓰레기가 쌓여 그 냄새들이 다시 타고 올라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배수구 자체에 끼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쌓이는 자잘한 음식물 쓰레기들이 모여 부패되면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세 번째는 배수구 아래 오물이 고여 있어 썩은 냄새가 난다.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흘려보낸 물들이 고이면 썩어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네 번째는 싱크대 바로 아래 쌓아두는 물건들의 냄새가 올라온다. 대부분의 하수구에는 냄새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배수구 바로 아래 물이 고이도록 봉수턱을 만들고 그 위에 커버를 씌워 냄새를 막는데, 이는 역류하는 냄새는 막을 수 있지만 항상 오물이 고여 있어 세균이나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세면대의 악취 또한 세면대 트랩보다 큰 배수구의 규격 때문에 그 틈새로 악취가 올라온다. 욕실 바닥은 간혹 악취 역류 장치가 없거나 일정 기간 물을 사용하지 않아 육가(머리카락 등이 걸러지는 거름망) 내부에 고여 있어야 할 물이 말라 있을 때 냄새가 난다.

2 싱크대 하수구 악취, 주범은 음식물 쓰레기

악취는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등 자극성이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함을 주는 냄새다. 악취는 발생 물질의 종류가 다양한데, 냄새를 맡는 심리 상태에 따라 악취의 강도가 강하거나 약해질 수 있어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악취를 내는 물질은 수백 종에 이르는데 그 때문에 모든 항목을 별도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악취의 성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기는 어렵지만 어떤 것이 악취가 되는지는 알 수 있다. 싱크대 하수구 악취의 가장 큰 원인은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찌꺼기를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을 최소화하면 좋은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먹을 때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은 부패했을 때도 냄새가 심하다. 가장 쉬운 예가 생선과 김치다. 이 음식물들은 하수구에 흘려보냈을 때 이미 냄새가 심하게 난다. 김치 같은 경우 국물을 흘려보내면 환경오염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자잘한 고춧가루가 거름망 사이사이에 껴 청소를 힘들게 한다. 그 자잘한 고춧가루가 쌓이면 나중에 부패해 악취로 이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음식물을 단계적으로 보면 채소가 가장 악취가 적고, 그 다음은 달걀 썩는 냄새, 그리고 생선 썩는 냄새 순으로 보면 된다. 상온에 있을 때 냄새가 적은 것들은 부패할 때도 그리 심하지 않으니 싱크대에 흘려보낼 때 참고한다.

3 악취를 빨리 제거해야 하는 이유

불쾌한 냄새가 사람에게 좋을 리 없다. 일단 불쾌한 냄새가 나면 기분 나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말고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불쾌한 냄새를 계속해서 맡으면 반사적으로 호흡이 멎고 호흡 리듬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냄새가 계속되면 구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또 악취는 혈압을 일시적으로 낮췄다가 상승시켜 맥박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는 정신적인 불안을 가져오며 심장혈관의 정상 활동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좋은 향이 나면 식욕을 돋워주는데 악취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뿐 아니라 위장 활동을 억제하고 소화액 분비를 저해해 매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한다. 또 호르몬 분비로 인한 생식계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런 악취에 장기간 노출되면 마음이 계속 초조하고 불안하며 두통이 심화되고 항상 강한 불쾌감을 갖게 된다. 육체에 미치는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4 냄새를 없애는 간단한 방법

간단한 냄새 제거는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으로는 자주 청소를 해야 악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짜 심한 악취가 나거나 제대로 손을 쓰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갑자기 냄새가 나기 시작했거나 평소 배수구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응급처치도 괜찮다. 먼저 싱크대의 악취는 거름망을 꺼내 중성세제로 깨끗이 닦은 다음 끓는 물을 개수대에 바로 끼얹는다. 이는 미끈하게 붙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고 기름기 등의 기분 나쁜 냄새를 내는 원인을 제거해준다. 식초나 레몬즙으로도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물 1/2컵에 식초나 레몬즙 3큰술 정도를 희석해 싱크대나 욕실 배수구에 부으면 소독 탈취 효과가 있다. 냄새가 조금 더 심할 때는 60℃ 정도 끓는 물을 붓고 식초 원액을 바로 흘려보낸다. 만약 레몬이 있다면 식초 대신 사용한다. 그러면 2~3일 정도는 산뜻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싱크대에는 싱크대용 볼을 사용하면 거름망에 물때가 끼거나 세균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냄새까지도 잡아주니 급한 대로 사용해봐도 좋다.

또 버리는 스타킹이 있으면 10원짜리 동전을 넣어 배수구 망에 묶어두면 어느 정도 냄새를 잡는 효과가 있다. 한두 달 정도 지나면 동전이 검게 변하는데 이것은 동전이 박테리아를 빨아들인 증거다. 이때 새 동전으로 교환해주면 된다. 항상 설거지거리가 가득한 싱크대를 커피가루로 닦은 후 10분 후에 다시 닦아내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악취가 심한 경우에는 비닐봉지에 세제와 물, 거름망과 배수구 고무마개를 넣고 2시간 정도 담가놓으면 묵은 물때까지 제거된다. 또 차를 마신 후 찻잎을 버리지 말고 말려 싱크대 옆에 두자. 그 찻잎이나 감자 껍질 등으로 배수구를 닦으면 물때가 잘 닦인다. 그리고 마지막 설거지에서 뜨거운 물로 마무리하면 살균과 함께 악취도 제거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배수구에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화장실의 하수구는 식초와 물을 준비해 비율을 반반으로 섞어 하수구 입구에 붓는다. 그러면 어느정도는 냄새를 막을 수 있다.

5 제거되지 않는 악취엔 트랩 설치

이런저런 방법을 다 이용해봐도 냄새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때는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트랩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세면대, 욕실, 베란다, 싱크대 등 용도에 맞는 것을 고르고 집 안 하수구의 크기에 맞는 것을 선택해 직접 설치하면 된다. 요즘 제품들은 사용설명만 보면 쉽게 설치할 수 있어 사용이 어렵지 않다.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악취로 고민하고 있다면 시도해본다. 또 설치는 간단하지만 업체에서 직접 나와 설치해주기도 해 특별한 A/S까지 보장하는 곳도 있다. 배수관이 오래되면 아무리 조취를 취해도 냄새는 없어지지 않는다. 배수관을 다 뜯어낼 수는 없는 일이므로 트랩 설치는 최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6 집 안의 악취, 완벽하게 잡자

집 안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곳은 주방이다. 욕실은 청소를 자주 하면 어느 정도 악취를 예방할 수 있지만 매일 음식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음식물 쓰레기가 왔다 갔다 하는 싱크대는 냄새가 사라질 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악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그때그때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생선이나 고기를 굽고 난 후에는 사용했던 조리 기구들을 바로 씻어낸다. 특히 팬에 생선을 굽고 그대로 방치하면 그 악취가 오래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생선 구운 팬이 세제로 잘 지워지지 않을 때는 귤껍질 안쪽 면으로 닦거나 귤껍질을 넣고 물을 부어 1분 정도 끓여주면 냄새까지 사라진다. 레몬이 없을 때는 차 찌꺼기를 이용해도 좋다. 도마도 세균의 온상이다. 특히 여름에는 세균이 아주 좋아하는 조건을 최적으로 갖춘다. 젖어 있는 도마는 악취가 나기도 쉬우므로 냄새를 없애려면 습기와 더러움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먼저 굵은소금으로 도마를 문지르고 뜨거운 물이나 식초를 부어 말리면 음식 냄새가 어느 정도 사라진다.

또 씻고 난 후 물기를 완전히 없애는 게 중요하므로 일주일에 2~3번은 햇빛에 말리는 것이 좋다. 싱크대는 세균들이 모여 있기 딱 좋은 곳. 그래서 설거지를 한 후에는 꼭 싱크대 구석구석을 닦아내야 한다. 이왕이면 거름망까지 완벽하게 닦아내면 하수구 악취를 막을 수 있다. 음식을 한 후에 남은 자투리 채소는 싱크대를 청소하기에 좋은 재료다. 무나 당근, 오이, 고구마 등으로 싱크대를 문지르면 깨끗하게 닦인다. 묵은 때가 많을 경우엔 세제를 살짝 묻혀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자투리 채소는 싱크대의 녹과 곰팡이까지 제거해준다. 스펀지에 베이킹파우더를 묻혀 닦아내면 훨씬 더 깨끗해진다. 수도꼭지에 쌓인 물때는 불쾌한 물비린내를 유발한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면서 수도꼭지까지 닦을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기에 물때가 엄청나게 쌓여 있을 수도 있다. 지금 바로 수도꼭지를 돌려서 확인해보라. 그동안 닦은 적이 없다면 엄청난 물때가 끼어 있을지도 모른다. 물때와 함께 곰팡이가 끼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물이 나오는 구멍을 막기도 하므로 깨끗하게 청소한다. 집 안의 모든 악취는 주변 환경이 깨끗해야 제거된다. 결국 부지런히 청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물론 집 안이 아닌 외부의 문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 원인이 아니라면 주부의 부지런함으로 악취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욕실 하수구의 머리카락을 자주 치우고 싱크대의 음식물 쓰레기만 줄여도 냄새에서 해방될 수 있다.

*사진｜이봉철 *진행｜이미라 기자



* 아이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