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분수부터 전망카페까지… 보물 같은 풍경이 숨어 있어요

최근 몇년 사이 한강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강변을 뒤덮은 콘크리트 호안이 많이 사라지고 대신 푸른 초목과 깔끔하게 단장한 자전거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강변의 무성한 풀잎 속에서 들려오는 곤충들의 '오케스트라'는 고운 마사토(화강암이 풍화되어 생성된 흙)가 깔린 오솔길을 걷는 산책객들의 귓가를 간질인다. 찜통 같은 낮 더위가 한풀 꺾이는 늦은 오후에 길을 나서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서울시가 선정한 한강변 '걷기 좋은 길' 3개 코스를 돌다 보면 가까이 있었지만 그동안 잊고 지내던 '보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망원 성산대교~마포대교 5.6㎞

서울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아담한 홍제천이 흐른다. 하천을 따라 1㎞를 걸으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제천과 한강이 맞닿은 곳에는 난지한강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가족 캠핑장도 있어 도심 속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며 추억의 밤을 만들 수 있다. (02)340-0031~3

망원 한강공원 야외 수영장을 지나 성산대교에서 마포대교 쪽으로 걷다 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강변 풍경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망원공원에서 시간당 3000원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강변을 달려 마포대교 남단 대여소에 반납해도 좋다. 잘 닦인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옆에는 어느새 코스모스가 넘실댄다. 자전거를 타던 한기주(44·사업)씨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명품 산책로이자 운동 코스"라고 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교각 확장공사 중인 양화대교와 당산철교를 지나면 왼쪽에 깎아지른 듯한 나무 절벽이 보인다. 누에 머리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잠두봉(蠶頭峰)'이다. 병인년(1866)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사람이 참수되었다고 해서 '절두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현재 비탈면 보수·보강공사 중인 잠두봉 꼭대기에는 순교자기념관이 있다. 한글로 된 성경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서임 칙서 등 천주교 관련 유물들이 가득하다. 김대건 신부 동상 인근에 심긴 감나무·모과나무 등이 순교 성지의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순교자기념관 옆에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가 있다. 양화진은 한강의 주요 나루터 중 하나로 서울에서 양천을 지나 강화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은 흔적이 없어졌고 선상(船上) 레스토랑만 정박해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곳에 자리한 외국인 묘지에는 헐버트(Hulbert)·캠벨(Campbell) 선교사 등이 묻혀 있다. 양화진을 뒤로 하고 다시 마포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면 수풀이 무성한 산책로가 나온다.

◆ 서울숲~광진교 8.14㎞

성동구 서울숲에서 한강을 향해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면 탁 트인 한강변에 닿는다. 한강 상류 쪽으로 쭉 뻗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청담대교 밑 뚝섬 한강공원에 도착한다.

뚝섬 한강공원은 82만5000㎡에 길이 11.5㎞인 한강변 초대형 공원이다. 음악분수·해치 미로·사계절 다목적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다. 광장 뒤쪽 음악분수는 15m 높이의 물줄기를 뿜어내며 음악에 따라 춤을 춘다. 길이 40m, 높이 5~15m로 조성된 인공암벽은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하고, 한강 콘크리트 옹벽에 길이 160m, 높이 7m의 벽천분수가 시원하다. 푸른 한강에는 오리 보트와 윈드서핑 등 해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길이만 240m인 긴 원통형의 전망문화공간인 자벌레도 볼거리다.

광진교에 이르면 다리에 올라보자. 차도 양쪽으로 널찍한 인도를 만들어 놓았다. 다리 중간, 인도 중간에 만든 전망대나 정원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쉬어갈 수 있다. 교각 바로 아래에는 전망카페 '리버뷰 8번가'가 있다. 이곳은 TV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도 유명해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는 바닥이 통유리로 된 전시장과 공연장이 있다. 3일 오후 6시 30분 강동구 지역 직장인 밴드의 공연이 열린다.

◆ 잠실운동장~광나루 생태공원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100m 정도 꺾어 들어가면 잠실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나들목이 나온다. 나들목을 통과해 천호대교 쪽으로 걸어보자. 남자 친구와 함께 한강을 거닐던 황수정(29·회사원)씨는 "한강이 이렇게 좋아진 줄 몰랐다. 파리의 센강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잠실대교 밑에는 물고기가 수중보를 넘어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어도(魚道)가 만들어져 있다. 물고기 머리 모양의 수중 잠망경을 통해 폭 4m, 길이 228m인 어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살펴볼 수 있다. 요즘 밀어·누치·큰납지리 등이 많이 눈에 띈다.

광진교 아래에는 최근 개장한 '광나루 자전거공원'을 즐길 수 있다. 공원에 마련된 5000㎡의 이색 자전거체험장에서는 변기 모양의 자전거, 딱정벌레 자전거, 마트 카트 자전거 등 42종의 이색 자전거를 탈 수 있다. 700m 레일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와 자전거 경주용 BMX 트랙도 이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 네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