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면서 재무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자주 들었을 것이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인 소냐 루보머스키는 목표를 강조하면서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면 당신은 그들에게서 어떤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목표는 그것이 작든 크든 관계없이 우리 삶에 있어서 하나의 프로젝트이다. 어떤 목표를 세워두고 그것에 집중하게 되면 오늘의 불편은 절망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다. 여전히 불편하지만 이유 없이 나만 불편하다는 생각으로 불행해 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불편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해 가면서 목표가 더욱 소중해지고 삶의 보람을 경험하기도 한다. 자신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갖게 해준다.

 

그런데 시중에는 재무목표에 관해 지나치게 장기적이면서 추상적인 것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은퇴자금이니 자녀 교육비 마련이니 이런 것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경향이 강해 목표를 정해 놓아도 즐거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위해 현실을 과도하게 희생당하는 느낌마저 갖기 쉽다. 이런 장기적인 생애목표 수립을 반드시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표 달성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즉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놓고 달성해 가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세웠다가도 ‘목표는 목표일 뿐이지, 내가 그런 목표를 달성 할 수 있겠어?’하고 좌절할 만한 일들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목표 달성 연습의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를 달성하는 성공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소냐 루보머스키는 ‘아기 걸음마처럼 목표를 작게 쪼개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장기 목표, 좀더 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단기목표, 작은 목표들을 세워놓고 의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도 생애설계를 한 후 한 해의 목표를 세운다.

 

목표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새로운 무엇을 배울 것인가부터 외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까지 포함된다. 심지어 어린이날이나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미리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런 행사들에 미리 예산을 세워 비정기 통장에 따로 떼어 놓는다. 휴가의 경우는 짧은 단기 적금을 붓는다. 냉장고를 교체해야 하는 일에도 목표를 세우고 적금을 붓는다. 5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한 일은 가급적이면 즉흥적인 지출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 수립의 계획을 수립한 뒤 저축을 통해 달성해 가는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보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 보였다. 이를 동기 충족 예상이론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배낭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갖고 있는 돈으로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는 사람과 배낭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더 행복하겠는가? 연구에 의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배낭여행을 갈 것이란 긍정적인 예상 때문에 아르바이트 하는 기간 내내 행복하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을 떠나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가는 전날이 여행가는 당일보다 행복했던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즉흥적인 지출이 좀 더 편리하고 쉬워보이며 그것이 부자의 특권처럼 여겨지겠지만 알고보면 쾌락적응의 효과로 인해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 대신에 저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저축하는 내내 적금 통장을 들여다 볼때 마다 행복해 지는 일이며 이 과정을 자녀와 공유하면서 행복을 배가 시킬 수 있다.

 

또한 너무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몇 개월 내 목표달성의 경험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우리 아이와 장기 목표를 위해 명절 때마다 받는 세뱃돈을 장기 저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부모가 세뱃돈을 저축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장기 목표를 세워 두었다고 해도 아이들은 목표 달성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세뱃돈을 저축통장에 넣는 것에 대해 자신의 돈을 뺏겼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우리 큰 아이는 벌써 5년 째 세뱃돈과 가끔 손님들이 주는 용돈을 자발적으로 내게 건넨다. 우리 아이에게 나는 자신의 미래 목표달성을 위한 통장 관리인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아이들이 오랜만에 갖게 된 큰 목돈을 자신의 손에서 오래 쥐지 못하고 엄마 주머니가 되었든 통장이 되었든 뺏긴다는 기분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은 두 가지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생애 설계를 하면서 장기 목표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공유했기 때문이다. 생애 설계를 하면서 대학생이 되면 합격통지서를 받을 때의 기쁨을 함께 이야기 해주었다. 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자신을 칭찬하기 위해서, 더불어 이제 자유로운 성인이 되었다는 기념으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우리 아이는 그 이야기에 대단히 들뜨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단기 목표를 세워 함께 달성하면서 목표 달성의 즐거움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용돈을 받아 일부를 모아 자신의 옷을 사야 한다. 물론 용돈교육 처음부터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니다. 용돈을 통한 경제교육도 체계가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는 주로 소비를 계획적으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산을 세우고 최대한 소비를 지연시키는 연습,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과감히 쓸 줄 아는 소비 능력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을 때 목표를 세워 저축을 통한 소비를 연습시킨다. 옷을 사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개월 이상은 돈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신이 직접 자신의 스타일대로 옷을 사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 아이는 그 느낌을 일기장에 적기도 했다.

 

물론 일기에 적어보라고 내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만 그렇게 자신이 직접 어른 들이나 할 법한 의사결정을 내려보는 것은 신기한 체험이고 돈을 모아 샀다는 뿌듯함을 느낄 것이란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아이는 엄마의 그 말이 그냥 교과서 같은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경험한 것 같다.

 

이렇게 단기 목표를 경험하고 나면 목표를 정해 저축을 하는 것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매 순간의 충동적인 욕구를 자발적으로 통제하는 연습이 이뤄짐은 덤이다.

상담 과정에서도 단기 목표 달성이 주는 성공사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기쁨과 사고전환을 가져온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느 주부는 상담 이후 지름신 통장을 만들었다.

 

매 순간 예산을 세워 계획적인 소비를 하다보면 때로 갑갑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의 일탈을 허용하는 것도 좋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름신 통장을 만들라고 권유한다.

그 주부는 지름신 통장을 만들어 놓고 예산보다 적게 썼을 때 남은 돈을 통장에 입금하기도 하고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저축을 했다.

 

기간은 길지 않게 6개월로 정해놓고 충동지출을 참는 것이 불편할 때마다 지름신 통장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가졌다고 한다. 드디어 6개월 후 통장에는 나름의 목돈이 쌓였다.

그런데 막상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쓰려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적금이 만기가 되었을 때 그 돈 쓰는 게 아까워 소비를 다시 미루는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하면 돈 욕심이 생겨 결국은 저축의 목적이 숫자에 갇혀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주부는 그 작은 목돈을 들고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부인의 지름신 통장 덕에 뜻밖의 선물로 기타를 갖게 되었다. 평소 갖고 싶었지만 선뜻 사게 되지 않았던 것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남편은 그 뒤 평소보다 귀가를 서두르고 너무 행복해 한다고 한다. 지름신 통장은 다시 새로운 작은 이벤트로 그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전보다 더 선명한 행복과 희망이 가득하다. 그 행복에는 재테크로 쉽게 몇억 벌었다는 사람들을 부러워 할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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