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씩 분노에 휩싸일때가 있다

유년의 기억을 떠올릴때면 그렇다.

 

엄마아빠를 보면 부부관계가 좋았다가 돈때문에 치열하게 싸웠다가

나중엔 그냥 마지못해 대면대면 사셨고

폭력이나 도박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집인데도

나는 어릴적 우리집을 생각하면 숨이 콱콱막힌다.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차녀로 태어난 나,

엄만 모든 선택과 집중을 언니에게 쏟아 부었다

아빠는 집안일에는 무심했다. 그래서 아빠도 원망스럽다.

 

언니에게 십만원 넘는 운동화 사줄 돈은 있으면서

내게 만원짜리 티한장은 사줄돈 없던 엄마,

언니가 학원다니니 우리집 형편에 둘은 보낼 수 없다며 그냥 집에서 공부하러던 엄마.

언니는 공부해야한다는 이유로 갖은 심부름은 나에게만 시키던 엄마

내가 그렇다고 새옷 새 신발은 한번도 못얻어 입은건 아니지만

내 몫은 겨우 열번중 2~3번 정도였다.

가끔 언니네 학교를 갈때 돈봉투를 들고 갔으며,

어머니회까지 하던 엄마는

나는 언니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항상 친척들, 이웃들, 심지어 자주가는 시장 단골가게에도

우리 첫째는 이번에 또 상을 받아서, 우리 첫째는 또 1등을 해서..

근데 둘째는 영 쉬원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나는 속상한 일이 있음 잘 울었고, 그런 엄마는 나보고 등신같다고 했다.

항상 머리를 덜깨친것 같다. 이해력이 느린것 같다.

애는 공부머리는 없는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면서

그 끝은 우리 첫째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너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덜아픈 손가락은 분명있다.

 

중학교땐 같은 학교였단 이유로 엄마는 언니 교과서를 물려쓰라고 했고

나는 알록달록 필기해놓은 책을 꺼내 수업을 들었다.

90년대 중반에 이런 경우는 잘 없을 것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중에 책 빌려서 왔냐고,

어디서 났냐고 물었고 그런거에 대답해야 하는 나는 부끄러웠다.

사춘기때 나는 의지가 없었다. 모든일에

수학여행때 옷을 사던 언니와 달리 나는 그런건 상상도 못해봤다.

연년생 두명을 한꺼번에 가르치기엔 아빠의 월급은 턱없이 부족했고

엄마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으며

엄마와 아빠는 이때 정말 치열하게 말싸움을 했다.

가끔 아빠는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고

엄마는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두사람이 싸울때면 나는 심장이 터질것 같았고

싸움후에 엄마는 모든 하소연을 내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나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한번은 나에게 그런말 하지 말라고 소지도 질렀다.

싸가지 없다, 엄마가 딸한테 그런소리도 못하나,

자식한테 못하면 누구한테 하냐고 난리쳤다.

차별한다고 말하면, 너는 성격이 별나다고, 엄마한테 어떻게 이런식으로 대드냐고,

너희 언니 반만 좀 닮으라고 얼마나 점잖냐고 항상 비교질이었다.

그렇다 언니는 말 한마디면 없던 돈도 어디서 생겨 다 사주는데

그렇게 별나게 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난 항상 발에 안맞는 낡은 운동화, 무릎나온 바지, 내겐 낡은것 뿐이었다.

내 생일도 자주 잊어버렸다.

내게 늘 인색했다

 

나는 어릴적 남의 물건에 한번 손을 댄적이 있다.

친척집에서 그 집 학용품을 하나 가지고 온것이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도둑질이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나는 뭔가 그시절 욕구불만에 사로잡혔던거 같다.

엄마는 도둑년을 키웠다고 몇달을 눈도 마주쳐주지 않았다.

말끝마다 도둑년이 학교가면 뭐하냐 도둑년이 어쩌구

 

대학교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엄마한테 싫은 소리 해가며 용돈을 받는것도 싫었고

싫은 소리 듣는것도 싫었다.

아빠가 그럴 경제적 능력이 안되었기에 부담주기도 싫었다.

나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언니는 하지 않았다. 내 기억에 과외 몇달이 전부였다.

그렇게 공부잘한다는 엄마의 자랑인 언니는 고등학교가 되자 나랑 성적이 비슷해졌다.

우린 둘다 지잡대에 들어갔다.

엄마는 내겐 어쩌다 5만원 가량, 언니에겐 매달 15~30만원의 용돈을 주었다.

나몰래 더 주는 것도 있었다.

그럴때면 피곤한 몸을 이끌로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에 설움이 북받쳐올랐다

 

엄마는 내가 대학생이 되던 무렵 다단계에 빠졌다.

내가 휴학하고 모은 돈을 빌려달라고해 다단계를 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를 그렇게 원망하지 않았다.

가끔 치열하게 싸우는 모녀였지만, 애증관계처럼 좋을땐 또 엄청 좋았다.

그러던 엄마가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나는 서른 초반이 되었다.

 

그런데 참 웃긴게..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화가 난다.

왜 나를 조금더 감싸 안아 주지 않고 그렇게 언니랑 차별했는지.

내가 서른을 넘기고 회사생활을 할때마다

20대때랑은 다르게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내가 이거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한다.

오히려 빈틈을 안보이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너무 완벽하게 일을 하려다 보니 일에 질리고 빨리 지치게도 된다

심지어 내돈주고 뭔가를 배우려고 해도

뭔가 나한테 투자하는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건 마치 엄마가 유년의 나에게 대했던것 처럼..

부모중 누군가가 내게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투자해주지 않아서

스스로도 돈을 쓰는게 어색하고 인색하다

 

엄마를 생각하면 화가난다

나이를 들수록.

한번은 회사생활하면서 마음속에 응어리가 너무심해져

심리치료를 받은적이 있다. 그것도 딱 그때뿐인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횟수로 9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연봉이 5천이 넘었지만, 나왔다.

매일 야근에 너무 힘들어서 일찍 그만 두고 싶었던걸

남들 눈이 무서워 참고 다녔다.

그 남들 눈이라는게, 엄마가 항상 나는 머리가 나쁘고 어쩌고..

그런 말들을 해서 내가 직업이 없으면 친척들이 또 나를 갖고 얼마나 뒷말을 할까..

나는 그런생각들로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그러다 여러 이유로 회사를 나왔다.

몸도 너무 나빠졌고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준다는 의미로 쉬어보기로 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것만 따지면 14년이 넘어가기때문에..

그래서 쉬고 싶었다. 여행도 다니고 원없이..

그러다 취업을 할려고 보니 경기도 않좋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전문직이 아니어서,

경력이 부담스럽단 이유로 취업이 안된다.

이럴때 나는 왜 또 엄마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점점 자신이 없고.

사람들이 능력없다고 나를 욕하는것만 같다.

아마 이 응어리를 평생 가지고 가야할것만 같아 또 죽은 엄마를 원망하다.

 

나는 결혼생각이 없다.

내가 사춘기때 너무 심하게 말싸움 하는 엄마아빠와,

싸움후 꼭 내게 몇시간이고 아빠욕과 함께 신세 한탄을 한 엄마를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나의 이런 내재된 분노와 억울한 기분으로

나도 내자식에게 좋은 엄마가 될수는 없을것 같다.

그리고 부모복없었는데 시부모복은 있을까 싶다.

나는 지금 서른 중반을 향하고 있고

현재 백수다.

취업은 못할것같고 결혼도 못할것 같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얼마안되는 모아둔 돈으로 뭘해야 고민스럽다.

너무 사는게 지친다.

[출처 : 사랑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