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딸아이 담임과 상담하고 왔습니다.

고3이라 원서쓰기전에 상담한 것이지요.

원래 타고난 재주가 미술계통으로 그림은 사진처럼 그려놓고 혼자 만들기도 좋아합니다.

미술에 전혀 관심도 없는 나와는 아주 딴판이지요.

친정엄마가 미술쪽에 뛰어나서 그냥 유전인자 있나보다, 취미로 즐기면 좋지하는 정도였습니다.

초등학교야 혼자 잘도 논다했고, 중학교에선 성적도 전교에 손꼽히고, 고교오니 최상위는 아니라도 나름 등급도 괜찮길래 기대도 했었고, 아기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어휘력은 전국 상위 2%에 드는 말발이라 별 걱정은 안하고 지냈습니다.

얘랑 한 번 말이 물렸다하면 조목조목 따지는 게 피곤해서라도 순탄하게 지내려하는데

근래 얼마전까지 참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에도 의학 드라마 나오면 시키지않아도 의학전문용어 수첩에 메모해서 외우고, 제 학년에 이해도 안될것 같은 어려운 책들을 섭렵하고, 이과면서 글쓰는 대회만 있다하면 대상받아오고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이라고는 과목을 불문하고 근처에도 가본적 없는데 대학을 패션디자인과를 가겠다는 겁니다.

내가 아직까지 보수적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 성적이면 조금 더 안정적인 분야를 선택하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얘는 그림그린다고 한 번 연필 손에 쥐었다하면 하루도 안힘들다네요.

그림 그리는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다네요.

10살때 길거리 걷다가 전문입시미술학원에서 석고데생그린 거 학원마당에 전시해 놓은 거 보여줬더니 안으로 들어가 자판기 위에 덩그러니 있던 줄리앙보고 의자하나 갖다놓곤 2시간동안 꼼짝없이 앉아 그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전엔 석고상을 본 적도 없었거든요.

학원원장이 나왔다가 그림 보고는 그냥 그리게 놔두라며 6학년부터 받는데 5학년되면 데리고 오래서 기분좋은 칭찬으로만 듣고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친구들과 논다고 나가선 예술의 전당 가서 전시회 보고 그림에 빠져 너무 좋다고 몇십분씩 한 그림에 도취되어 있고, 사진 찍고 ...

미술선생님께서 이렇게 좋아하는 아일 어떻게 말리겠냐고 하십니다.

학원을 안다녔기에 독창성있고 창의성있으니 절대 학원 보내지말고 내신점수관리만 잘하라고 하시며 응원해 주라고 하십니다.

부모마음엔 전문직으로 했으면하는 욕심이 있지만 딸아이가 행복해한다면 그게 가장 최선이겠지요?

담임과 상담은 원만하게 이루어졌고 이제는 반대않는 엄마를 딸아이도 웃으며 "야자하고 갈거야" 하는데  왜 내 마음은 그냥 날아갈 것처럼 좋지만은 않을까요.

이또한 내 욕심과 아쉬움이겠지요...

딸아, 엄마가 욕심 내려놓도록 할테니 네가 행복한 일을 선택하렴.